[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일단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웠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중국을 93대81로 눌렀다.
아시아컵 홈페이지는 라건아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1997년 이후 한국이 중국을 가장 크게 이긴 경기'라며 대서특필했다.
중국, 대만, 바레인과 B조에 속한 한국은 강력한 전력을 지닌 중국을 1차전에서 잡으면서 8강 직행을 위한 B조 1위가 유력해졌다. 한국은 14일 대만, 16일 바레인과 경기를 벌인다.
이번 대회는 16개국이 참가, 4개조로 나뉘어 조별 예선을 펼친다. 각조 1위는 8강에 직행하고, 2, 3위는 토너먼트로 8강 주인공을 가린다.
전반 43-45로 2점 뒤진 한국은 3쿼터 라건아의 내외곽 득점을 앞세워 리드를 잡아냈고, 결국 4쿼터 점수 차를 벌였다.
냉정하게 보더라도 한국이 주도권을 경기 내내 쥔 게임이었다.
가장 인상적 부분은 추일승 대표팀 감독이 강조한 '포워드 농구'였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높이에 많이 고전했다. 상대 스위치 디펜스에 한국의 공격 효율성은 떨어졌고, 결국 골밑 리바운드에서 뒤지면서 중국이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포지션별 높이에서 뒤지지 않았다.
결국 전 포지션에 걸쳐 골밑 싸움에서 우위를 보였다. 중국은 2점슛 야투를 42개, 3점슛 야투를 33개를 던졌다. 반면 한국은 2점슛 야투 48개, 3점슛 야투 9개를 기록했다. 중국은 한국의 높이를 의식, 조직적 2대2 혹은 3대3 공격으로 외곽에 치중한 공격을 했고, 한국은 좀 더 확률높은 골밑을 공략하면서 우위를 점했다. 한중의 이전 경기 양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공격 흐름이었다.
게다가 한국은 10개의 스틸, 3개의 블록슛(장재석 2개, 송교창 1개)을 기록했고, 중국은 3개의 스틸과 2개의 블록슛을 했다. 중국의 공격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한국의 스틸 기회가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가드를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국은 대부분 3명 이상의 장신 포워드를 배치하면서 중국의 높이를 압박했다. 게다가 추일승 감독은 강력한 로테이션으로 주전 의존도를 최소화했다. 라건아만 30분 이상 뛰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30분 미만의 출전. 활동력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치열한 몸싸움 속에서도 후반 한국은 강점을 보일 수 있었다. 포워드 농구에 의한 무한 로테이션의 보이지 않는 효과.
단, 아킬레스건도 있다. 중국은 이날 원-투 펀치 저우치와 궈 아이룬이 코로나 여파로 나오지 못했다. 왕저린도 마찬가지였다. 주전 포인트가드 자오즈웨이도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조직적 2대2 공격으로 한국의 수비 약점을 공략했다. 구 쿠안, 순밍후이, 자오 루이 등은 한국의 2대2 수비의 호흡이 흐트러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3점슛을 퍼부었다. 필리핀과의 평가전에서 지적된 2대2 수비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8강 토너먼트 이후 중국을 다시 만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여기에 아시아의 강호 호주, 뉴질랜드, 이란, 일본 등을 만날 때, 2대2 수비 약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 한국은 포워드 중심의 농구로 전환하면서, 2, 3, 4번의 높이 약점을 보강했다. 아시아 무대 8강 토너먼트에서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2, 3번의 미스매치 포인트를 시스템으로 메웠다. 게다가 지금 드러난 약점은 시간이 주어지면 보완이 가능한 '약점들'이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추일승호의 포워드 농구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