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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타이카의 '토르'…완벽한 코믹 캐릭터로 전락한 '천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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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민국'이 계속 될 수 있을까. 지난 5월 개봉한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88만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19 시국에도 '마블 신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토르: 러브 앤 썬더'(이하 토르4)가 6일 개봉했다.

사실 국내에서 마블 영화 중 가장 프랜차이즈의 힘이 약한 것이 '토르'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토르: 천둥의 신'은 169만명을 모으는데 그쳤고 '토르: 다크월드'는 '어벤져스'로 인기를 모은 상태에서 개봉했지만 304만명으로 마무리됐다.

이 '폭망' 캐릭터를 살려놓은 것이 바로 3편부터 메가폰을 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다. '토르:라그나로크'(이하 토르3)는 전작들에서 우울하고 무겁기만 했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캐릭터의 밝은 매력을 완벽히 살려놓으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천둥의 신'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파워풀한 모습으로 슈퍼히어로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면서 코믹을 가미해 캐릭터를 현실감있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국내에서도 485만 관객을 모으며 팬층을 두텁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토르3'다.

자연스럽게 '토르4'의 연출도 와이티티 감독이 맡았다. 하지만 4번째 '토르' 시리즈에서는 토르의 코믹한 면모에 집중한 나머지 슈퍼히어로적 면모를 잃어버리고 그저 그런 캐릭터가 돼버렸다.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려고 등장한 캐릭터처럼 비춰지고 있다. 예고편에 공개됐던 올누드신이나 제우스의 번개 역시 코믹함 이상을 보여주진 못한다. 묠니르와 스톰브레이커의 관계 역시 코믹에 가깝다.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배불뚝이로 나왔던 토르는 그의 실패에 대한 자책이었기에 코믹하지만 코믹하지 않았다.

하지만 '토르4'에서의 토르는 그런 고뇌조차 없이 '무뇌'에 가까운 행동들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번 작품은 CG 역시 마블 답지 못하다. 토르가 들고 싸우는 제우스의 번개는 플라스틱 재질의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최종빌런 고르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의 호연이 아까울 정도다.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먼)이 변신한 마이티 토르의 등장도 기대 이하다. 제인 포스터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 이외에 눈에 띄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다. 그가 마이티 토르로 변하는 과정은 마치 신파를 잔뜩 끌어안은 K-드라마를 보는 듯하고 마지막의 결정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사실 토르는 MCU에서 파워 밸런스를 붕괴시킬만큼 강력한 존재다. 하지만 '토르4'에서는 이같은 존재감마저 흐려지게 만들어버렸다. 신들의 회의가 열리는 옴니포턴트시티에서 토르는 그저그런 신들 사이에도 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전세계 고대 설화 속 신들이 등장하는 신에서는 일본 쇼군 스타일의 신까지 잠깐 등장한다.

현재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서 네번째 솔로 시리즈가 나온 것은 '토르'가 처음이다. 그만큼 마블에서도 '토르'라는 캐릭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티 토르'로 주인공 자리를 넘겨주는 과정이라 힘을 뺀 것일까. 이렇게 나약하고 우스꽝스러워진 토르라면 기껏 3편에서 기를 살려놓았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