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용암택' 박용택이 '노송' 김용수, '적토마' 이병규에 이은 LG 트윈스 역사상 3번째 영구결번을 받았다.
박용택은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3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한다. 2020년 은퇴 이후 2년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년간 미뤄졌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이날 함께 치르게 됐다.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다. 실제 타석을 소화하진 않는다. 시구를 하고, 주심의 플레이볼이 있은 후 김현수와 교체됐다.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어제 잠이 안 오더라. 새벽 5시쯤 잤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하루종일 치러진 사인회를 통해 500여개의 사인을 했고, 경기 후에도 무제한 사인회를 공표한 그다.
"19년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 말이 참 날 울컥하게 한다. 이따 정식 행사에선 정말 많이 울 것 같다. 그 어떤 은퇴식보다 팬들과 호흡하는 은퇴식이 될 것 같다. 리허설을 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좌익수 위치는)내 평생 가장 오랜 시간 서있던 자리니까."
박용택은 2002년 LG에 입단, 2020년 은퇴하기까지 19시즌 동안 LG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 최다 경기(2236경기) 최다 타석(9138타석) 최다 타수(8139타수) 누적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초 200홈런 300도루, 10년 연속 타율 3할, 7년 연속 150안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골든글러브 4회(2009 2012 2013 2017) 득점왕과 도루왕(이상 2005) 타격왕(3할7푼2리, 2009) 타이틀도 거머쥔 바 있다.
LG 영구결번은 박용택에겐 평생의 꿈이었다. 현역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에겐 올시즌 유일하게 친정팀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날이다.
"중간중간(FA 등)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LG에 들어와서 꾼 게 아니고 야구를 하면서부터 가진 꿈이다. 대학교 때 김용수 선배의 영구결번(2000년)을 보면서 구체적인 꿈을 꿨다. 이미 고졸 우선지명이었으니까. (2017년)이병규 형이 영구결번을 할 때는 진짜 확실한 인생의 목표가 됐다."
그가 돌아본 '선수 박용택'은 어떤 선수일까. 그는 "김용수 선배는 전설, 이병규 형은 슈퍼스타이자 히어로, 나는 정말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선수이고 싶다. 그 어느 선수보다 응원 많이 받고 사랑을 많이 받는 그런 선수 아닐까"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박용택의 뒤를 이을 4번째 영구결번은 누굴까. 박용택은 "이병규, 조인성, 박용택, 이진영, 류지현, 서용빈 아무도 못한 일이 있다. 노찬엽 이후 '우승 주장'이 한명도 없다. 올해 오지환이 해주길 바란다. 4번째 주인공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건 평생의 아쉬움이다. 그는 "우승 한번도 못하고 은퇴하는게 얼마나 아쉬운지, 선수 때는 모른다. 19년을 뛰었는데 한번도 못하다니…작년에 (KT 위즈)박경수, 유한준이 너무너무 부러웠다"고 되뇌었다.
그는 "엄연한 2022시즌 등록 선수다. 연봉은 안 받겠다고 했다. 대신 우승하면 반지는 받기로 (차명석 단장과)확실하게 약속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LG가 올해 우승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올해 LG가 강하다.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조금 더 센 것 같다. 그래도 시즌 끝날 때까지 3강 구도가 쉽게 깨지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설 아닌 코칭스태프로서 현장에 복귀하고픈 마음은 없을까.
"어떤 일이 됐든 야구인으로서 평생 살지 않겠나. 내가 어떤 걸 하고 싶은 것보단 나를 어디서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