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10차전. 시즌 팀 최다 득점인 17대1 대승을 거둔 NC 덕아웃에서 만난 박민우(29)는 대뜸 "왜 제가 인터뷰를 하죠?"라고 물었다. 4타수2안타 2타점, 3득점, 1도루, 1볼넷.
인터뷰 하기 충분한 성적이지만 권희동(4타수3안타, 1타점, 3득점) 마티니(홈런 포함, 3타수2안타 3타점, 2득점), 노진혁(5타수2안타 4타점), 박준영(4타수2안타 2타점 1득점) 등 박민우 못지 않은 활약을 한 타자들이 수두룩 했기 때문.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반 박민우의 두차례 주루플레이는 승기를 잡는 데 있어 결정적이었다. 1회 볼넷으로 출루한 박민우는 1-0이던 1사 1,3루에서 마티니의 짧은 좌익수 플라이 때 센스 넘치는 주루플레이를 선보였다. 미리 스타트를 끊어 2루까지 거의 다 간 그는 재빠르게 1루로 돌아왔다. 리터치 후 좌익수 피렐라가 중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홈으로 던지는 순간 2루로 스타트를 끊어 세이프 됐다. 상대 수비의 방심을 노린 진루. 노진혁의 2루타가 터졌고 박민우는 득점을 올렸다. "그런 상황에서 외야수들은 내야수 한테 강하게 던지지 않고 느슨하게 던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항상 뛰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틈을 노렸죠. 반대로 저는 팀 외야수들한테 빠르고 강하게 공을 달라고 해요."
끝이 아니었다.
4-0으로 앞선 4회초 1사 2루에서 박민우는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밀어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양의지가 볼넷을 얻는 사이, 상대 수비가 실망감에 잠깐의 틈을 보였다.
허윤동이 땀을 닦고, 3루수 최영진이 베이스에서 살짝 멀어진 시점. 슬금슬금 3루쪽으로 움직이던 박민우가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투수→3루수 송구가 이어졌지만 간발의 차 세이프. 기습도루로 1사 1,3루가 되는 순간. 허윤동이 강판됐고, 박석민의 내야땅볼 때 박민우는 홈을 밟을 수 있었다. 사실상 쐐기 득점. 박민우의 센스 넘치는 주루플레이가 만들어낸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3루로) 가려고 했는데 의지형 타석 지나고 가자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딱 보였어요. 3루수가 떨어졌고, 아무도 타임을 걸지 않았거든요. 사실 이런 상황에 투수가 3루에 정확하게 던지면 죽어요. 하지만 제가 내야수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당황해 정확하게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거든요."
경험과 센스가 결합된 창의적 플레이. 이래서 큰 경기에서 베테랑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발과 수비는 슬럼프가 없잖아요"라고 말할 만큼 주루에서 신바람을 내면서 모처럼 해결사 본능까지 폭발했다. 4회에 이어 5회 1사 1,2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2타점째를 올렸다.
그야말로 북치고 장구친 날.
"이 시기에 이런 타율(0.238)인 적이 거의 없었다 보니 멘탈적으로 여유가 없어요. 그래도 최근 타격감이 좋아져서 그거 믿고 들어가자 했는데 오늘은 타이밍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저는 엄청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여전히 고민 많은 시즌. 박민우 같은 리그 정상급 타자조차 반년 이상 이어진 공백을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
또 다른 의미에서 많은 걸 느끼고 또 배우는 올시즌. 그렇게 11년 차 리그 최고 2루수는 또 한뼘 성숙해지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