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완봉승의 환희가 독이 된 걸까. 5월까지의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하다.
키움 히어로즈 타일러 애플러(29)는 시즌전 40만 달러라는 리그 최소 연봉의 외국인 선수로 주목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날카로운 제구력을 바탕으로 안정감이 돋보였다. 5월까지 10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72. 키움이 또한번 '한국형 가성비 외인을 찾아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4월에는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1번에 그쳤지만, 5월에는 3번을 추가했다. 특히 5월 마지막 등판이었던 5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이닝 3안타 무사사구 완봉을 달성하며 올해 최고의 피칭을 했다.
호사다마였을까. 이후 끝없는 부진에 고전중이다. 6월 5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9.00. 5경기에서 5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없다. 특히 최근 삼성과 롯데 상대로의 2경기에선 3이닝, 2이닝 만에 각각 3실점한 뒤 교체됐다.
키움은 선발투수들에게 돌아가며 10일간의 휴식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안우진, 8일 한현희, 13일 정찬헌, 20일 에릭 요키시에 이어 28일 경기 후 애플러가 말소됐다.
하지만 28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애플러에겐 휴식이 아닌 재정비의 시간이다. 열흘 뒤 올라온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며 묵직한 일침을 날렸다. "(7월 15일 시작되는)올스타브레이크 전까지 총력전을 준비중"이라며 상황에 따라 전반기 안에 올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롯데전 완봉 이후 긴 이닝을 못 던지고, 피안타율도 높고, 유리한 카운트에도 자꾸 안타를 맞는다. 흐름을 한번 뺏기면 되찾을 수 없다고 보고 2회만에 빠르게 내렸다. 구속은 올라왔는데 초반부터 실점이 많다. 투구 밸런스, 상대 타자들에 대한 연구, 구종 변화 등 다양한 준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날 애플러 대신 1군에는 하영민이 등록됐다. 홍 감독은 "오는 30일에는 요키시가 복귀한다. 전반기 선발 운영은 큰 차질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선발 투수의 불펜행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