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투수에겐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 선발 투수의 하소연, 사령탑은 그 심정은 이해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김 감독은 팀이 5-4로 앞선 4회말 1사후 로니가 두산 김재호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교체를 지시했다. 하지만 로니는 마운드를 내려오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교체 후에도 통역을 통해 서재응 투수 코치에게 한동안 어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동안 이어지던 둘의 대화는 서 코치가 로니를 격려하고 포옹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날 TV중계에 나선 이순철 해설위원은 "로니의 투구 내용이 불안한데다 좌타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KIA 벤치는 좌투수를 내보내 흐름을 끊겠다는 의도로 교체에 나섰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로니는 리드 상황에서 이뤄진 교체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눈치"라며 "로니의 오늘 투구 내용은 코치진에 어필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투수에겐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팀이 이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코치가 교체 이유를 설명했지만, 로니가 섭섭하고 서운한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니의 어필이 단순한 불만 때문은 아니다. 최근 7경기 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가 없었다. 부상과 휴식을 이유로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로니 스스로 반등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계 투구수 100개에 못 미치는 공을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 리드를 뒤로 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감정이 결코 편할 수만은 없었다. 김 감독도 "로니가 잘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잘 했으면 (마운드에) 길게 놔뒀을텐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선발) 경험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멘탈적으로 많이 다운돼 있다"면서도 "멘탈만 회복된다면 충분히 좋은 구위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