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KIA에 폰트같은 투수만 있었다면...
KIA 타이거즈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KIA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8대6으로 승리, 3연승을 달렸다. '광란의 5월'을 거친 뒤 6월 들어 다소 주춤하는 듯 했지만, 다시 연슨 모드를 가동하며 상위권 싸움에 불을 붙이고 있다. 25일 기준 38승1무31패 4위. 3위 LG 트윈스와 2.5경기 차이고, 5위 KT 위즈와는 4경기 차이다. 아래보다 위가 더 가깝다.
하지만 이날 경기 내용을 보면 100% 만족할 수는 없었다. 야수들과 불펜 투수들은 100점이다. 문제는 선발로 나선 로니였다.
이 경기는 KIA에 운이 따랐다. 상대 선발 미란다가 오랜만의 복귀전에서 ⅔이닝 6볼넷 1사구를 기록하며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게 손쉽게 대량 득점을 하고, 준비가 안된 투수를 상대하는 KIA라면 초반에 상대 숨통을 끊어야 했다.
문제는 선발 로니가 예상대로(?) 부진했다는 것. 로니가 1회부터 3실점하자 포기할 것 같던 두산도 힘을 내 KIA를 압박하게 됐다. 로니는 3회 김재환에게 홈런포까지 맞는 등 흔들렸다. 4회 5-4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자신을 교체하자,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입이 삐죽 나왔고 서재응 투수코치가 경기 중 이를 달래느라 한참의 시간을 썼다.
승리 요건을 갖추기 전 강판시켰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자신이 보여준 행보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도 지나친 욕심이라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꾸준히 잘던지던 투수가, 어쩌다 이런 경기를 했다면 아마 김종국 감독과 서 코치도 기회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로니 승리 요건을 위해 연승 찬스를 날릴 수 없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
KIA는 올시즌 선전하고 있다. 나성범과 양현종을 야심차게 영입했지만, 냉정히 우승을 다툴 전력은 아니다. 5강 싸움을 할 팀으로 평가를 받았다. 100% 전력이어도 상위권 싸움이 힘들 수 있었는데, KIA는 사실상 올시즌 외국인 투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막 후에는 로니가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했고, 로니가 돌아오니 션 놀린이 부상 바통을 이어받았다. 성적을 떠나 로니 10경기, 놀린 8경기 출전 뿐이다. 이 경기들이라도 잘던져줬다면 모를까, 전혀 위압감이 없다. 로니는 공은 빨라도, 구종이 선발로 너무 단조롭다. 개점 휴업 중인 놀린은 개막 5연패를 당했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이런 최악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것, 팀 전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런 가운데 KIA가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황대인, 박찬호, 류지혁, 이창진 등 주전 야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덕이다.
가정이지만 KIA에 SSG 랜더스의 윌머 폰트 같은 외국인 선수가 1명만 있었다고 해보자. 폰트는 올해 15경기 9승4패를 기록중이다. 2경기 노디시전 기록이 있는데, 그 경기들도 폰트의 호투 속에 SSG가 모두 이겼다. 두 팀의 타격, 불펜 전력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폰트급 투수가 있었다면 KIA가 최소 7~8승은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KIA가 현재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이제 시즌 중반인데, KIA가 올시즌 승부를 보려면 외국인 투수 교체가 하루라도 빨리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가 많은 야구인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정작 KIA쪽 움직임은 크게 없다는 게 난센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