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다음에 다시 상대하면 잘 던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택형(26·SSG 랜더스)은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4-2로 앞선 8회말애 올라온 그는 선두타자 황성빈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후 전준우와 이대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DJ 피터스의 타구가 투수 앞으로 왔지만, 높게 바운드가 됐다. 공을 잡은 김택형은 급하게 2루에 던져봤지만 세이프.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4-4 동점이 됐다.
이후 한동희의 안타로 다시 만루 위기에 몰린 김택형은 추재현을 삼진으로 잡은 뒤 마운드를 최민준에게 넘겼다.
최민준도 불안했다. 정보근과 한태양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김택형의 실점은 5점으로 불어났다.
올 시즌 15세이브를 올리는 등 뒷문 단속을 해왔던 김택형이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가 그 어느 때보다 잡기 어려웠던 순간이다.
사령탑은 질책보다는 격려를 했다. 김원형 SSG 감독 역시 134승 26세이브 12홀드를 기록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투수다.
김 감독은 "불펜투수에게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어떤 선수도 피해갈 수는 없다"라며 "이기는 경기를 매번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걸 머리에 담아두면 다음 경기에도 지자잉 있다. 항상 일어나는 일상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김택형은 제구가 안정적인 투수는 아니다.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이겨내는 타입이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제구가 잡히면서 필승조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4월 13경기에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0.68을 기록하던 김택형은 5월부터 부진과 부상이 겹쳤다. 5월과 6월 총 12경기에 나온 그는 12이닝을 던져 총 14실점을 했다.
김 감독은 김택형의 기복있는 모습의 원인으로 볼넷을 들었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는 6이닝 3실점을 해도 기본적인 것을 했고, 그정도면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주자를 내보내거나 점수를 주는 것에 있어 크게 신경 안 쓰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이어 "7,8,9회에 나가는 선수는 점수를 주지 말아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특히 1점 차면 동점이 되니 항상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한다"라며 "이닝의 선두타자를 잡으면 이닝의 60~70%는 순조롭게 끝낼 수 있는데, 선두타자를 내보내면 선수들이 압박감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김택형이 기본적으로 제구가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최근에 많이 발전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심리적인 압박감이 오는 거 같다. 그래도 16일 KT 위즈전에서는 선두타자 오윤석을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내고도 잘 막았다. 계속 그렇게 하면서 선수도 성장하는 것"이라며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승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김 감독은 김택형을 향해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는 김택형"이라며 "롯데전에서는 상대의 가장 강한 타순이 연결됐다. 다음에 만나면 잘 던질 것"이라고 다독였다.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