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 2의 이종범'이 오랜만에 슈퍼루키다운 존재감을 뽐냈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6차전에 9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KIA는 1회초 롯데에 2점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1회말 1점을 따라붙었고, 2회말 김도영의 동점타 등을 앞세워 3-2로 뒤집었다.
반즈와의 천적 관계를 재차 증명한 박찬호(이날 포함 7타수 6안타 4타점)의 맹타가 돋보였지만, 김도영도 경기 초반 분위기를 KIA 쪽으로 끌고 오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2로 뒤진 2회말 1사 1,2루에서 유격수 옆쪽 빠지는 중전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김도영이었다. KIA는 이어진 1사 1,3루에서 박찬호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은 '조선의 4번' 이대호의 생일이었다. 이대호는 이날도 멀티히트를 치며 변함없이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냈다.
하지만 안타 하나는 김도영에게 도둑맞았다. 3회초 1사 후 등장한 이대호는 3유간 빈틈을 노렸지만, 김도영은 민첩하게 타구를 따라잡은 뒤 부드러운 슬라이딩 캐치로 공을 건져올려 이대호를 잡아냈다.
3루 포지션에도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알리는 멋진 수비였다. 김재현 해설위원은 "수비에 여유가 붙었다. 예전엔 서두르다 악송구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타자가 이대호임을 인지하고 투스텝 밟고 안정된 수비를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6월은 김도영에겐 프로 데뷔 이래 최대 위기였다. 고교 시절부터 '157㎞' 문동주(한화 이글스) 대신 선택한 빛나는 재능으로 뜨겁게 주목받았다. 타율 4할3푼2리(44타수 19안타). 홈런 2개를 곁들인 OPS(출루율+장타율) 1.068에 달하는 시범경기 성적은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방망이가 식었다. 88타석의 기회를 받은 4월 성적은 타율 1할7푼9리에 그쳤다. 부진이 길어지자 5월에는 42타석, 6월에는 이날 경기 전까지 단 5타석의 기회를 받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2군으로 보내 실전 경험을 쌓는게 낫다는 말도 나왔다. 박찬호와 류지혁의 유격수-3루 라인을 뚫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
하지만 경기전 만난 김종국 KIA 감독은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김)석환이보다 활용도가 크다. 자주 선발출전 기회를 받게 될 것"이라며 김도영을 2군으로 내리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6월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19일만의 선발 출전에도 '슈퍼루키'는 두려움 없는 활약으로 사령탑의 신뢰에 보답했다. 향후 김도영이 펼칠 활약이 기대된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