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누구랑 만나보고 싶냐고요? (최)준용이요!"
SSG 랜더스 전의산은 최근 팀내에서 가장 '핫'한 타자다. 신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생애 첫 1군 데뷔전을 치른 전의산은 그 이후 11경기 연속 선발로 출장했다. 2경기만에 데뷔 첫 타점, 5경기만에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린 그는 11경기에서 타율 3할7푼8리(45타수 17안타) 2홈런 12타점으로 맹활약 했다. SSG가 차세대 거포로 2군에서 육성하던 타자가 마침내 1군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그런 전의산에게 1군에서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주저 없었다. "최준용이요."
전의산과 최준용은 경남고 동기다. 둘 다 부산이 고향이다. 전의산이 초등학교때 1년 유급을 하면서 나이는 1살이 더 많지만, 경남구 야구부 3년을 함께 했다.
둘 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최준용은 투수, 전의산은 포수와 내야수로 뛰었다. 경남고 시절에는 투수와 포수로 배터리 호흡을 맞췄고, 팀의 '에이스' 선수들이었다. 둘 다 1라운드 지명도 가능하다고 평가 받았다.
프로 입단은 최준용이 조금 더 일찍 결정됐다. 지역 연고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최준용을 2020년도 1차지명 신인으로 선택했고, 자연스럽게 전의산은 지역 연고팀인 롯데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2차 지명 대상자가 됐다. SK 와이번스(현 SSG)가 그런 전의산을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신인으로 지명했다.
1군에서도 최준용이 더 빨리 자리를 잡았다. 리그 최상급 직구 구위를 가진 1차 지명 투수였기 때문에 일찍 주전을 꿰찰 수 있었고, 올 시즌은 마무리 투수로 롯데의 뒷문을 맡고 있다. 반면 전의산은 2군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면서 기량을 가다듬었다.
공교롭게 둘의 등번호도 같다. 최준용은 롯데의 56번, 전의산은 SSG의 56번이다. 전의산은 "준용이에 대해서 워낙 잘 아니까 상대를 해보고 싶다. 고등학교때부터 공이 정말 좋았던 투수고, 내가 그때 포수로 준용이의 공을 받아봤기 때문에 프로에 와서는 공이 어떤지 너무 궁금하다"며 웃었다.
전의산은 지난 17~19일 데뷔 첫 고향 부산 3연전을 뛰었지만, 아쉽게도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17~18일 경기는 SSG가 이기면서 롯데 마무리 최준용이 등판할 기회가 없었고, 19일 경기에서는 롯데가 8회말 극적인 역전에 성공하면서 9회초 최준용이 등판해 SSG의 중심 타자들을 상대했다. 공격은 3번타자 최 정부터 시작했고, 전의산은 6번 타순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쉽게도 앞선 타자들이 출루에 실패하면서 공격은 5번 박성한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야구 명문' 경남고에서 함께 뛰었던 동기생들은 이제 1군 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이제는 각자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났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우정은 영원하다.
부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