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축구선수의 삶이구나 생각했다. '반짝'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
'돌아온 수원 삼성 영건' 전진우(23)가 19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 일전을 앞두고 강인한 각오를 되새겼다.
전진우의 5월은 눈부셨다. 시즌 첫 선발출전한 5월 14일 성남전(1대0 승), 쥐난 다리를 부여잡고 후반 추가시간 혼신의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2018년 4월 이후 4년만의 정규리그 골, 드라마같은 극장골로 빅버드를 흥분과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사흘 뒤 김천 상무전(2대1승)에서도 또다시 쐐기골로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4경기 2골1도움으로 홈 3연승을 이끌었고,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K리그1 13라운드 MVP에 이어 지난 9일엔 수원 팬들이 뽑은 도이치모터스 5월 최우수선수(MVP)에도 이름을 올렸다.
수원 매탄고 시설 이미 동급 최강 공격수로 공인받았다. 두려울 것 없었던 축구청춘은 2018년 수원 삼성 유니폼은 입으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김천 상무 입대 이후 2년간 사고와 부상에 시달리며 2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 돌아온 수원에서 무릎을 다치며 또 한번 멈춰섰다. 새 시즌 익숙한 '전세진' 대신 '전진우'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돌아온 그는 독하게 심기일전했고, 그 절실함은 결국 보상받았다.
4년만의 극장골을 꽂아넣은 성남전 그는 "내전근, 앞근육, 종아리까지 양 다리 모두 쥐가 났다. 축구선수라 그런지 슈팅할 때는 잠시 잊었다. 슈팅하고 뛰어가면서 세리머니를 하는데 주저앉았다"며 골 장면을 복기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절박하게 '사혈침'을 요청하던 장면에 대해선 "저한테는 너무나 간절했다. 1분1초가 아까웠다. 쥐가 나면 팀에 피해가 된다는 사실이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전진우의 부활을 누구보다 반긴 건 '리그 최강' 수원 팬들이다. 전진우는 "예전에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쉬다 보니 당연히 기대도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달동안 예전처럼 다시 관심과 기대를 받는 선수가 됐다. '이게 축구선수의 삶이구나' 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선수는 운동장에서 뛸 때 행복하단 걸 새삼 느꼈다. 이 행복과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며 각오를 다졌다.
시련은 힘이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진리다. 전진우는 "축구라는 직업이 업다운이 많다. 뜻대로 되지 않고, 부상도 있고…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 힘든 시기는 언제나 올 수 있다. 무너질 수도 있고 추락할 수도 있다. 제게 그 시련이 조금 일찍 왔다고,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매탄중고 시절엔 행복한 일들만 있었다. 하지만 전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좋다. 그냥 무너졌다면 보기 싫었을 텐데, 이겨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모든 부분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면에서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수원은 이병근 감독 부임 후 안방 3연승을 달렸다. 전진우는 달라진 팀 분위기를 직접 설명했다. "감독님 오신 후 경기를 뛴 선수도, 못 뛴 선수도 누구나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더 뜨거워졌고, 훈련장 분위기가 싹 바뀌었고 팀이 더 강해졌다. 그 결과가 성적으로 나오면서 자신감도 함께 올라갔다"고 했다. "감독님은 늘 수원다움을 강조하신다. 이름이 '수원'인데, 왼쪽가슴에 수원 엠블럼을 달고, 물리고 당하고 비기고 기죽는 플레이를 하면 안된다고 하셨다. 강하고 자신 있는 모습, 수원다움을 일깨워주셨다"고 했다. "밖에서 축구가 재밌어졌다고 하는 말씀을 들으면. 뿌듯하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이 생겼고, 선수들의 마음이 하나가 됐다고 느낀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저 역시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다. '쫄보'처럼 하면 안된다. 과감하게 슈팅하고, 자신감 있게, 한발 더 뛰겠다"고 약속했다.
전진우는 A매치 휴식기 체력 보강에 전념했다. "무더운 여름 체력적인 고비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피지컬코치님과 연락해 휴가기간에도 프로그램을 받아 개인훈련을 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편하지만, 축구를 잘해서 받는 응원이 쉬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반짝'하고 싶지 않다. '반짝'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 힘든 시절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 잘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병근 감독은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전세진에게 늘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진우는 U-23아시아선수권 엔트리 제외에 대해 "황 감독님의 선택이 옳다"고 긍정했다. "대표팀은 옛날에 잘했던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잘하는 선수 뽑는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에 가고 싶었지만, 경기를 많이 못 뛰었기 때문에 못 뽑히는 게 당연하다. 그보다는 제가 우리 팀에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감독님이 '당연히' 뽑으실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정말 잘해서 떳떳하게 가고 싶다. 감독님이 고민없이 바로 뽑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999년생은 손흥민, 황의조, 김진수 등 '92라인'의 계보를 이을 대한민국 축구의 'MZ 황금세대'다. 엄원상, 정우영, 조영욱, 송민규, 오세훈 등이 모두 99년생이다. 19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수원-서울의 이겨야 사는 슈퍼매치, 물 오른 '1999년생 동갑내기 영건' 대결에 기대가 쏠린다. 조영욱은 14경기 2골2도움, 전진우는 5경기 2골을 기록중이다. 조영욱은 황선홍호의 U-23 챔피언십 조별예선 말레이시아, 베트남전에서 연속골(3골)을 터뜨리고 태국전서도 결승골을 도우며 '무패' 8강행을 이끌었다. 전진우 역시 최근 상승세에 자신감, 독기까지 품었다.
지난 4월10일 상암벌서 펼쳐진 시즌 첫 맞대결에선 수원이 서울에 0대2로 완패했다. 전진우는 "홈에서 승리의 약속을 책임지겠다. 반드시 패배를 설욕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더 많은 팬들이 와주시면 큰 힘이 될 것같다"며 안방 팬들의 압도적 응원을 당부했다.
더비의 묘미는 '도발'이다. 조영욱과의 맞대결에 대해 전진우는 "최근엔 제가 '형'보다 달린다"고 겸손한 손사래를 치더니 빠른 생일(2월생)이라 '7개월 형'인 조영욱을 향한 '내기' 도발 요청엔 이내 MZ의 패기로 응수했다. "영욱이형, 내년 초부터 만 나이로 통일된다니까, 우리가 이기면 이제 '영욱이'이라고 부를게. 하하."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