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 스타일과 프로세스를 발전시키면서 최선의 전략을 준비하겠다."
이번 6월 A매치 기간 동안 파울루 벤투 축구 A대표팀 감독은 한결같은 스탠스를 유지했다. 브라질-칠레-파라과이와의 앞선 3경기 때는 물론이고, 6월 A매치의 마지막 경기인 이집트전(14일)을 하루 앞둔 13일에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패를 당했을 때(브라질전 1대5)나 클린시트 승리를 거뒀을 때(칠레전 2대0), 그리고 선제 득점을 허용하고 끌려가다가 간신히 무승부를 이뤘을 때(파라과이전 2-2). 경기 양상과 한국 대표팀의 대응방식, 그리고 결과가 모두 상이했음에도 벤투 감독의 태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면서도 확고한 자기 주관을 유지했다. 벤투 감독의 주관을 요약하면 '여러 상황이 벌어졌지만, 대표팀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아직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있으니 차차 베스트 라인업과 전술을 만들면 된다'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렇게 확신에 찬 벤투 감독과는 달리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내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나 이번 A매치를 통해 여전히 불안정한 수비 라인과 장점으로 내세웠던 빌드업의 실종, 그리고 여전히 큰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 등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점들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상 등의 이유로 빠진 몇몇 선수들의 공백이 상상 이상으로 크게 나타났다는 점도 큰 문제다. 수비의 핵심인 '괴물 센터백'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부상 공백은 대표팀의 근간을 흔들었다. 벤투 감독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영권(울산 현대)과 권경원(감바 오사카) 정승현(김천 상무) 등을 3경기 내내 조합해가며 시험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했다. 어떤 조합도 확실한 안정감을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수비라인의 혼동만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비라인 뿐만 아니다. 정우영(알사드)과 황희찬(울버햄턴)의 공백도 팀의 빌드업 및 공격 찬스 메이킹 약화로 이어졌다. 황인범(FC서울)과 백승호(전북 현대), 권창훈(김천)은 마치 조율이 되지 않은 악기들처럼 서로 겉돌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평가전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벤투호에서 특정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크며, 아직까지 이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가전이 거듭될수록 빠진 선수들의 공백만이 크게 느껴졌을 뿐이다. '핵심선수 A가 빠졌지만, 그래도 B나 C라는 대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여전히 느긋하다. 13일 기자회견에서도 "이전에 잘 하지 못한 것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거나 "우리 스타일을 발전시키면서 최선의 전략을 준비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동시에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실험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해 온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궁리보다 핵심 선수들이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팀 조직력과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를 찾는 게 더 필요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