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농군패션은 선수들의 정신력 무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1년 내내 농군 패션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 많은 선수들에게서 볼 수는 없다.
LG 트윈스 이정용이 1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서 특이하게 농군 패션을 했다. 5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나온 이정용은 농군패션으로 6회까지 단 6명의 타자만을 상대해 무안타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을 했다. 두산이 매이닝 득점을 하면서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가 이정용을 만나 2이닝 동안 막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팀이 3-5로 뒤지다가 5회말 대거 4점을 뽑아 7-5로 역전하면서 이정용이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2승째다.
이정용은 전날엔 역전패를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었다. 이틀 사이에 불펜 투수가 패전과 승리를 하나씩 챙겼다.
이정용은 이날 평소에도 농군 패션을 하는 박해민에게 농군 패션을 부탁했다. "예전에 해민이 형에게 야구 안될 때 농군패션 좀 빌려달라고 했었다"면서 "오늘 빌려달라고 부탁해서 입었다"라고 했다.
농군 패션을 하기 위해선 짧은 유니폼 하의에 긴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 보통은 없기 때문에 박해민에게 빌리기로 한 것. 이정용을 '농군'으로 만들기 위해 선배들이 나섰다. 오지환이 직접 스타킹을 예쁘게 처리해줬다고. 그러나 박해민의 유니폼이 꽉 끼어 결국 자신의 유니폼을 잘라서 입고 나갔다.
이렇게까지 한 것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정용은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어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던졌는데 그게 독이 됐다"면서 "오늘은 편하게 던지려고 했고, 주위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편하게 생각하고 나갔다"라고 말했다.
가끔 좋은 말을 주고 받는 사이인 채은성으로부터 자신이 예전에 보냈던 메시지를 돌려받기도 했다고. 이정용은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행동은 성공으로 보답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갈 때 긍정을 컨셉으로 잡고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농군 패션을 계속 할까. 이정용은 "굳이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면서 "한번씩 기분 전환할 때 입으면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