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인생의 기회는 우연 속에 찾아온다.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던 홈런왕. 때 마침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외인타자 대신 데뷔 첫 1군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SSG 거포 내야수 전의산(22)이 주인공.
SSG은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7차전에 앞서 최근 극도의 슬럼프에 빠진 크론을 말소하고 전의산을 엔트리에 등록했다. 데뷔 첫 1군 콜업. 곧바로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020년 2차 1라운드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첫 출전.
첫 안타 신고. 오래 걸리지 않았다.
2회 첫 타석에서 시원한 헛스윙으로 삼진을 먹고도 싱글벙글 했던 그는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후 두번째 타석에서 NC 선발 이용준의 130㎞ 슬라이더를 강하게 당겨 1루수 옆을 스치는 우익선상 2루타를 날렸다. 데뷔 첫 안타 기념구. NC 수비진이 SSG 덕아웃에 전달했다.
2루에 나간 전의산은 김성현의 땅볼 때 3루로 진루한 뒤 최경모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데뷔 첫 득점을 올렸다. 추가점이 꼭 필요했던 중요한 순간 터진 천금 같은 2루타와 득점이었다.
전의산은 6회 선두타자로 나서 2루땅볼로 물러났다. 3타수1안타 1득점. 성공적 데뷔전이었다.
크론의 부진 속에 데뷔 첫 1군 기회를 얻게된 우투좌타 전의산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거포 유망주. 1m88, 95kg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일품이다. 경남고 1년 선배 서준원(롯데)이 "파워 하나는 전국 최고"라고 단언했던 슬러거. 팀 내에서는 현역 레전드 최 정의 뒤를 이을 거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시즌 포텐을 터뜨리며 퓨처스리그를 지배해 왔다. 8일 현재 6개의 홈런으로 북부리그 홈런왕을 달리던 중이었다. 7일 퓨처스리그 두산전에서 가장 깊숙한 센터 방면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4타수3안타로 뜨거운 장타감을 뽐내는 중이다. 북부리그 장타율 2위(0.482).
전의산의 장타력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1군 전체 타구스피드 1위를 기록하는 등 파워 면에서 장점을 갖춘 타자다. 고교 시절에도 164㎞의 타구속도로 아마추어 선수 중 1위를 기록했던 터. 그만큼 파워 하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원형 감독은 "의산이가 퓨처스리그에서 워낙 방망이가 좋아서 적절한 타이밍에 1군에서 뛰는게 어떨까 하는 판단에 올렸다"며 "1군에서 잘하면 크론의 콜업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전의산은 이날 경기에 바로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1군 데뷔전을 치른다.
전의산은 "어제 저녁에 연락을 받고 오늘 새벽에 도착했다. 아직 1군에 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고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장타감에 대해 "프로에서 야구를 하면서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은 것다. 퓨처스에서 그동안 오른쪽 어깨가 열리지 않고 상대 공의 타이밍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5월 중순부터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 그는 "우선 공을 멀리 칠수 있고, 쳤을 때 시원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다. 1루 수비에서 그동안 걱정이 많았는 데 퓨처스 수비코치님들께서 많은 신경을 써 주시고 계속 연습한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 경기라도 더 많은 경기를 뛰고, 또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크론의 침묵과 함께 최근 7경기 연속 2득점 이하의 타격부진을 겪고 있던 SSG타선.
데뷔전을 강렬하게 마친 거포 유망주의 깜짝 활약이 주춤했던 흐름을 바꿔놓을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