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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의식→흐름바꾼 질주→팬 서비스, 돌아온 최고 2루수의 길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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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랜 공백 끝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NC 내야수 박민우(29).

한 주의 시작인 7일. 그의 하루는 유독 길었다.

남들보다 일찌감치 출근했다.

손에는 막걸리 두통이 들려 있었다. 타석에 서는 홈 베이스 쪽과 수비 때 서는 2루 베이스 부근에 살짝 뿌렸다. 자신과 팀 동료들의 안전을 비는 일종의 나 홀로 고사였다.

취재진 눈에 포착된 그는 "출근 길에 (막걸리를) 사왔다"며 "여구가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많다. 쓰레기도 열심히 줍는데…"라며 웃었다.

답답할 만 하다. 이정후 박건우 손아섭과 함께 현역 통산타율 상위권을 다투는 대표적 교타자. 하지만 올시즌 29경기 타율은 0.235에 그치고 있다. 박민우 답지 않은 수치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이날, 나 홀로 의식의 효과가 있었다.

비록 마지막 타석까지 직선타가 1루수 미트에 빨려 들어갔지만 결정적인 순간 공수주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2-1 역전에 성공한 2회말. 무사 2,3루에서 김기환이 삼진을 당했다. 바짝 앞당긴 SSG 내야의 압박수비와 겹쳐 부담 백배의 상황. 박민우가 두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망설임이 없었다. SSG 에이스 김광현의 바깥쪽으로 흐르는 140㎞ 슬라이더를 주저 없이 강타했다. 전진수비하던 유격수의 손끝을 피하며 좌중간으로 흘러가는 2타점 적시타.

"상대 에이스 등판 경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쳐야한다고 생각했다. 동료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란 설명.

순간 텐션이 높아졌다. 벤치의 '어~'하는 우려 속에 2루로 전력 질주했다. 좌익수가 빙글 돌아 2루에 던진 공이 2루수 최주환의 바로 앞에서 바운드 되며 포구에 실패했다. 짧은 안타를 전력질주 속에 2루타로 만들어내는 순간. 운이 따랐지만 박민우의 열정이 만들어낸 추가 득점권 상황.

끝이 아니었다. 박민우는 권희동 타석 때 좌완 김광현의 퀵모션을 완벽하게 훔쳐 3루에 안착했다. 포수 송구 실책을 유발하며 기어이 홈을 밟았다. 5-1을 만드는 순간. 박민우의 폭주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NC 강인권 감독대행은 "그 점수가 컸다"며 웃었다. 실제 박민우의 2타점과 1득점은 루친스키 vs 김광현의 리그 최고 에이스 맞대결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 순간이었다. 박민우는 8회 멋진 호수비로 SSG의 추격을 막았다. 공-수-주에 걸친 멋진 활약이었다.

팀과 자신의 흐름을 바꿀 터닝포인트가 될 기분 좋은 승리. "순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루친스키란 에이스가 등판한 날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발걸음을 돌린 그는 아직 남아있는 홈팬들로부터 건네받은 유니폼 등에 사인을 해주며 퇴근을 늦췄다.

길지만 뿌듯했던 하루. 박민우 다운 활약이 NC 다운 경기를 이끌었다. 동반 반등 시작의 첫날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