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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의 부상과 '박찬호 데자뷰', 그리고 빨라지는 유턴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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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5)의 부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4일(이하 한국시각) '류현진이 왼쪽 팔뚝과 팔꿈치에 각각 염증이 발견돼 몇 주 동안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그동안 추가적인 진단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상대로 왼팔이 총체적인 난국에 들어간 상황이다. 토론토 구단은 전날 류현진의 부상자 명단(IL) 등재 이유를 팔뚝 염좌라고 했는데, 팔꿈치에도 염증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 4월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도 팔뚝 염증 때문이었다. 지난달 복귀 후 3번째 등판인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팔꿈치 뻐근함을 호소해 65구 만에 강판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팔뚝 통증이 재발해 결국 IL에 재등재됐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IL에 오른 것은 13번이다. LA 다저스 시절에는 왼쪽 어깨 수술을 포함해 9번 IL 신세를 졌고, 토론토 이적 후에는 이번이 4번째다. 작년에는 4월 오른쪽 사타구니, 9월 목 뻐근함을 호소하며 각각 10일 공백을 가졌다. 그런데 올시즌 부상은 전반적으로 길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번 부상은 27일짜리였고, 이번 부상도 최소 4주 정도는 예상된다. 어쩌면 전반기 복귀가 불가능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IL 기간을 15일에서 60일로 연장해야 한다. 이제는 류현진 본인이나 구단이 서둘러 복귀를 추진하기는 힘들게 됐다. 류현진은 화이트삭스전을 마치고 "등판한 걸 후회한다"며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류현진의 부상 이력은 메이저리그 개척자 박찬호의 그것과 묘하게 겹친다. FA 계약 후 자주 아프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찬호는 2001년 12월 텍사스와 5년 6500만달러에 계약하고 다저스를 떠났다. 당시엔 케빈 브라운과 마이크 햄튼에 이어 투수로는 3번째로 큰 규모의 거액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계약 5년 동안 풀타임을 소화한 게 2005년 한 번 뿐이었다. 그해 7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을 정도로 몸 상태가 양호했다. 텍사스에서는 햄스트링, 손가락, 허리 부상을 입었고, 샌디에이고에서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던 2006년에는 복통과 장출혈을 겪었다.

KBO는 선수가 일하는 기간을 활동기간이라고 해서 2~11월로 규정하는데,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 시작부터 끝이 활동기간이다. 노사단체협약에는 정규시즌을 178~183일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박찬호의 FA 계약 5년간 결장 비율을 계산해보니 38.7%였다. 활동기간 911일 중 353일을 IL에서 보냈다. 이 때문에 박찬호의 FA 계약에는 '먹튀'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류현진이 박찬호와 다른 건 다저스 시절부터 부상이 잦았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 5월 어깨 와순 관절경 수술이 최대 고비였다. 류현진의 FA 계약기간 결장율을 지금 계산할 순 없지만, 지난해 20일에 이어 올해는 이날까지 벌써 29일째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에서 이미 1269이닝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화이트삭스전에서 1000이닝을 돌파했다. 한미 합계 2272⅓이닝을 소화했다. 마이너리그와 국제대회, 포스트시즌 경기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다. 프로 17년차고, 30대 중반의 나이다. 부상이 없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다움'이 빛을 발한 건 두 번이라고 생각한다. 다저스 입단 초기인 2013~2014년, 그리고 FA 계약 직전과 직후인 2018년 후반기~2021년 전반기까지다. 이제는 류현진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2013년 1월 대전서 열린 환송식에서 10년 후를 묻는 질문에 "한화로 돌아와서 열심히 선수 생활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토론토와의 계약은 내년 말까지다. 아주 가까운 미래다. 한화로 돌아올 때 부상은 없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