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파죽지세다.
호랑이 군단의 질주가 무섭다. KIA는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주중 3연전을 싹쓸이 했다. KIA가 두산을 상대로 스윕에 성공한 건 지난 2014년 6월 20~22일 이후 8년여 만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돋보였다. 3경기 중 두 경기를 경기 후반부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지난 31일 첫 경기에선 에이스 양현종이 2회까지 투구수 65개에 5실점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5회초 6득점 빅이닝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2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6회까지 0-3으로 끌려가다 7회 이후 3이닝 연속 득점으로 기어이 승리를 거뒀다. 팀 타율, 득점, 홈런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선의 힘을 떨쳤다.
최근 KIA를 보면 매 경기마다 소위 '미치는 선수'들이 심심찮게 나타난다.
류지혁(28)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개막 후 한동안 벤치를 지키던 류지혁은 4월 말 김도영(19)이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기회를 얻었다. 류지혁은 4월 20일 이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9경기 중 단 두 경기만 무안타에 그쳤고, 6경기를 멀티 히트로 장식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적생 박동원(32)도 가세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된 박동원은 KIA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였던 4월 26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홈런 포함 멀티 히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빠른 타격 페이스로 4번 타자 역할까지 맡으면서 5월 상승세의 불을 당겼다.
이우성(28)도 바통을 이어 받았다. 류지혁과 마찬가지로 시즌 초반 백업에 그쳤던 이우성은 김석환(23)의 부진 속에 5월 초 기회를 잡았고, 타석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 상승세에 일조한 바 있다.
소크라테스(30)의 5월 반등도 인상적이었다. 4월 한 달간 타율 2할2푼7리에 그쳤던 소크라테스는 5월 타율이 무려 4할1푼5리에 달했다. 5월 26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친 경기가 단 3경기 뿐이었을 정도로 꾸준한 타격감을 뽐냈고, 44타점으로 KBO리그 월간 최다 타점 2위 기록을 쓰기도 했다.
'차세대 거포' 황대인(26)도 4월 초반 타격 부진을 딛고 5월 들어 고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타격 부진 스트레스 속에서도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소금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개막 두 달 만에 지난해 자신의 홈런 커리어 하이 기록(13개)의 절반 이상(8개)를 채우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5월 말부턴 이창진(31)이 미치기 시작했다. 개막엔트리 진입 실패 후 4월 21일 콜업된 이창진은 한동안 선발과 백업을 오갔다. 하지만 5월 18일 롯데전부터 뛰어난 타격감을 발휘하면서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퓨처스에서 와신상담하며 다진 기량을 유감없이 떨치고 있다.
6월의 스타는 야수 맏형 최형우(39)다. 한 달 넘게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에이징커브' 우려를 샀던 최형우는 1~2일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스윕에 일조했다. 지난달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린 뒤부터 장타 본능이 살아난 모양새다.
KIA 김종국 감독(49)은 "2사후에도 득점찬스가 오면 기대를 하게 된다. 팀 전체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위기를 제대로 탄 맹호의 질주는 매일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