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기우(42)가 '나의 해방일지'로 40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박해영 극본, 김석윤 연출)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염기정(이엘)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를 그려낸 드라마. 최고 시청률 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넘기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기우는 극중 염기정의 사랑을 받은 남자, 조태훈을 연기하며 싱글대디로서의 일상과 고민을 밀도 있게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안 할 이유가 없었던" 인생작이었다. 이미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를 인생 작품으로 감상했다는 이기우는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었다고. 이기우는 "바로 오케이(OK)를 한 이유는 인생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김석윤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처음 인사드리러 가서 미팅을 할 때도 태훈을 주셨을 때 '무조건 하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특히 공감을 주는 대본이 시청자들은 물론, 이기우를 울리기도 했다고. 이기우는 "14부에 창희가 어머니를 화장하고 남은 인공 관절을 묻는 신이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화장장에 인공관절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을 봤던 사람으로서 대본으로 볼 때 무거운 장면이었다. 그 한 페이지가 너무 무거웠다. 그런데 제가 방송을 보고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나고,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식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DM이 생각보다 많이 왔다. 자기 가족의 경험과 닮은 장면이라 펑펑 울었다고. 저도 14부에 저와 맞닿은 장면이라 생각해서 공감하고 봤는데, 저희 드라마 전체에 있는 에피소드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닿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과 큰 공감을 하게 됐던 드라마인 것 같다"고 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많은 이들에게 '해방'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선사한 작품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해방을 꿈꾸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도를 높였다. 이기우는 "'해방클럽'의 부칙들 중에 '스스로에게만 정직하면 된다'는 말이 되게 좋았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해주고 가치를 높이는 데에 그만한 강령은 없었다. 저 스스로에게 약해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나 혼자만 정직하면 된다는 것이 인간 이기우에게도 얻은 것이었다"고 했다.
연예인으로서 사람들의 시선과 화려함 속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것은 40대에 접어든 이기우가 가진 꿈이자 현실. 이기우는 "배우 생활을 20년간 해온 상황에서, 연예인이라는 남들이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직업군에 오래 있었으니, 이 환경에서 저도 모르게 스스로 가지게 된 강박들, 나의 시선들을 과도하게 의식하거나 아니면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 정도 차는 타도 돼. 이 정도는 해도 돼'라면서 스스로에게 허용해줬던 부분들이 있는데 사실은 내가 불편하면서도 허용한 부분들이 있어서 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물질적인 것, 표면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아는 나이니까. 내 스스로 집중하고 가치를 높이는 생각들을 좀 많이 하게 되고 있다.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40대 초반, 이기우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벗어나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갔다는 이기우는 "그곳에서 조금 더 다른 것들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 거주할 당시 하루 두 세 시간을 운전대를 잡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는 것. 또 '돈'보다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생각하게 되는 변화도 있었단다. 이기우는 "최근 함께 여행간 분들 중에 한분이 2014년에 산 8년 된 작은 차를 고장이 나는데도 계속 고쳐가며 타고 다닌다더라. 그 이유가 그 차를 타고 미국 횡단을 했던 추억이 있어서 못 바꾼다고 했다. 그런 것들이 와 닿더라. 돈으로 다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이유에 대해 얼마나 멋있게 설명하는지가 그 사람의 삶을 되게 가치있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형들의 영향을 받게 되더라. 그래서 항상 매일은 아니지만 일상 중 소확행을 꾸준히 찾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나의 해방일지' 속 염미정의 대사인 '죽어서 가는 천국따위는 필요 없다'가 이기우에게 와 닿기도. 그는 "소소한 행복도 찾고 화려한 나로부터 탈피하려 하는 제 생활 모토와도 조금 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대사였다. 돈만 좇고 달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나의 해방일지'처럼 의미 있는, 깊은 울림을 주는 드라마를 하고 나니까 더더욱 아무 작품이나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를 아무도 안 써주면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이왕이면 나에게도, 인간 이기우에게도 이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찾아서 하면 나에게 두 배 세 배 좋은 작품이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누릴 수 있을 때 큰 돈을 써서 누리는 게 아니라 작은 거라도 즐기고 누릴 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을 때가 곧 작은 천국일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틈만 나면 테디랑 바람 쐬러 가고 캠핑에 가는 것도 저에게는 편하고 좋은 시간이다"라고 했다.
이기우에게 '나의 해방일지'는 큰 의미를 가질 예정. 이기우는 "이제는 인생 드라마가 '나의 해방일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에 참여한 배우로서 얻는 것보다 그 현장에서 같이 사람들끼리 과정 속에서 사람으로부터 얻은 좋은 영향이 컸던 작품이다. 저는 항상 저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인데, 저를 객관적으로 돌이킬 때 20년간 작품 수십편을 했지만, 이기우의 인생 캐릭터는 데뷔작인 '클래식'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하고, 때로는 그게 스스로 저를 다그치는 편이었다. 20대, 30대를 '클래식'의 해수로 버텼다면, 40대에 처음 만난 태훈이라는 이 캐릭터는 앞으로 이기우가 어떤 캐릭터, 어떤 색깔의 연기를 해야 하는지를 제시해준 것 같아서 지나고 봤을 때 '나의 해방일지'는 배우 이기우에게 엄청 크고 친절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