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타이거즈에는 공포의 8번 타자가 있다.
노림수 하나만큼은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타자 박동원의 배트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린 1일 잠실구장. 전날 경기 초반 5대0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5회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홈런포 두 방 포함 15안타를 몰아치며 두산에 역전승을 거뒀던 KIA의 방망이가 이날도 불을 뿜었다.
마운드 위에 펼쳐진 두산 스탁과 KIA 로니의 파이어볼러 맞대결. 두 투수 모두 15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로 타자를 윽박질렀다.
0대0 팽팽했던 흐름은 박동원이 선취점을 올리는 데 성공하며 KIA가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다.
첫 타석이었던 2회 1사 1,3루 박동원은 두산 선발 스탁과 풀카운트 끈질긴 승부 끝 6구째 154km 직구를 받아쳐 내야 땅볼을 만들어냈다. 이때 3루 주자 소크라테스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한 박동원은 선취점을 올린 뒤 선발 로니를 안정감 있게 리드하며 4회까지 두산 타선을 실점 없이 막는 데 성공했다.
4회 KIA 공격. 1사 만루 찬스 때 타석에 들어선 박동원은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다. 스탁의 빠른 공 하나만 생각하고 있던 박동원은 초구 154km 직구가 눈에 들어오자 배트를 돌렸다. 결과는 헛스윙.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배트를 움켜쥔 박동원은 승부에 다시 집중했다.
스탁도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했다. 투수의 손을 떠난 156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자 박동원은 다시 한번 힘껏 배트를 돌렸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좌측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박동원도 타구가 넘어가는 것을 끝까지 확인한 뒤 배트를 쥔 채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트레이드 후 타이거즈 주전 포수로 출장했던 박동원은 지난 5월 타격에서 부진했다.
짜릿한 만루포로 기분 좋게 6월을 시작한 박동원은 1루 베이스를 돌며 이현곤 코치의 손바닥을 강타했다. 너무 기쁜나머지 힘 조절에 실패한 박동원과 얼얼한 손을 움켜쥔 이현곤 코치의 장면이 한 프레임에 잡혔다.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박동원은 홈 베이스를 밟은 뒤 다시 한번 환호했다. 1대0-5대0으로 달아나는 만루포가 터지자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타이거즈 팬들은 박동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뻐했다.
KIA는 올 시즌 홈런 친 타자가 더그아웃에 들어서기 전 호랑이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만루포의 사나이가 호랑이로 변신하자 더그아웃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은 박동원의 등짝을 치며 기쁨을 나눴다.
4회 박동원의 만루포를 시작으로 6회 최형우의 솔로포와 7회 나성범의 솔로포까지 터지며 KIA는 두산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2회 결승타에 이어 4회 만루포 포함 5타점 경기를 펼친 박동원. 이날은 공포의 8번 타자 박동원의 날이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