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모든 선수가 나를 만나면 잘한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51)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 감독의 이름 앞엔 '(김)기동 매직', '재활공장장' 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대표적인 예가 임상협(34)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수원 삼성에서 임상협을 데려와 주전 윙포워드로 자리 잡게 도왔다. 임상협은 지난 시즌 36경기에서 11골-4도움을 기록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엔 허용준(29)과 정재희(28)가 김 감독 밑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허용준은 지난해 김천 상무에서 제대했다. 포항으로 돌아온 허용준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정재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포항에 합류했다. 리그 15경기에서 벌써 4골-1도움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모든 선수가 나를 만나면 잘한다. 나를 떠나면 안 된다"며 웃었다. 그는 "정재희는 FC안양 시절부터 계속 봐 왔던 선수다. 자신감을 심어줬다. 부족한 부분도 얘기해줬다.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이 좋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포항에서 선수 시절 주장으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이끌던 구단의 레전드다. 포항에서 10년 이상 선수와 지도자로 활약했다. 2019년 4월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통의 명문 포항은 몇 년째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다. 2021시즌을 앞두고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 나갔다. 여름엔 '포항이 키운' 송민규(23)가 전북 현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논란도 있었다. 김 감독은 송민규의 이적을 보도로 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곤 '애제자' 강상우(29)가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둥지를 옮겼다.
차포를 모두 뗀 김 감독은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나는 괜찮다. 선수들이 잘 돼서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이다. 축하해줘야 한다. 가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 그 선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가야한다. 다만, 나를 떠나서 활약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아쉽다"고 말했다. 송민규는 올 시즌 리그 9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다. 강상우는 중국 내 코로나19 문제로 중국 슈퍼리그 데뷔 자체가 늦어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