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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보물 정해영 "양현종 선배님처럼 오래 야구하고 싶어요" [SC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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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이브왕이요? 아직 멀었습니다."

KIA 타이거즈에 정해영은 보물같은 존재다. 얼마만에 믿음직한 붙박이 마무리 투수를 만나게 된 것인지 모른다. 1998년 임창용이 34세이브(당시 42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에 오른 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세이브 타이틀을 따낸 선수는 1명도 없었다.

2000년대 KIA 야구는 늘 마무리가 불안했다. 한 선수가 두 시즌 이상 진득하게 마무리 역할을 해준 사례가 없었다. 유동훈, 한기주, 윤석민 등이 모두 반짝 활약 후 부진하거나 보직을 바꿨다. 2017년 우승 당시 '윈나우' 일환으로 영입한 김세현이 팀에 우승을 안겨줬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정해영이 혜성같이 나타났다. 2020년 1차지명으로 입단, 47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고 프로 2년차인 지난해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타이거즈 한 시즌 최다 세이브로 임창용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도 전망이 밝다. 14세이브로 이 부문 리그 2위다. 1위 김택형(SSG)이 15개로 1위인데, 현재 부상으로 개업 휴점 중인데다 복귀를 해도 바로 마무리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정해영이 선두로 치고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도 마무리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KIA는 미래 10년 마무리를 얻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덤덤(?)하다. 정해영은 "아직 시즌 초반이다. 타이틀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승리를 지키자는 생각 뿐이다. 세이브는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동료들이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시즌 막판에도 기록이 좋다면 욕심을 내겠지만, 지금은 안다치고 꾸준히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해영은 마무리 2년차로 달라진 게 있냐고 묻자 "코치님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몸도 내가 원할 때 풀게 해주신다. 그렇게 조금씩 나만의 루틴을 찾아가고 있다. 2년차라고 더 편하거나 그런 건 없다. 올해도 여전히 마운드에 오르면 떨린다. 특히, 올시즌 팀이 잘나가다보니, 나 때문에 분위기가 망가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 긴장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올시즌 정해영은 2패를 기록중인데, 공교롭게도 지난달 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 2번 등판해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사연이 있었다. 정해영은 "당시 갑자기 25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솔직히 기록을 전혀 의식 안하고 있었는데,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었나보다. 25경기 동안 줄 점수를 그 때 다 줬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해영이 6경기만 더 무실점을 기록했다면 오승환(삼성)의 31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최근 삼성전 세이브가 프로에 와 가장 통쾌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정해영은 지난 24일, 26일 삼성전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26일 경기는 8회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서 베테랑 강민호를 삼진 처리한 게 하이라이트였다. 강민호가 도저히 칠 수 없는 낮고 꽉찬 코스로 강력한 직구가 들어갔다. 정해영은 "프로 선수가 된 후 가장 큰 쾌감을 느꼈다. 해냈다는 마음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돌이켰다.

정해영도 프로에 처음 올 때는 선발투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더 현실적인 건 1군에만 붙어있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데뷔 2년 만에 최고 인기팀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그는 "내가 이렇게 마무리 투수를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지난해 운도 따랐지만, 나도 그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렇다고 방심은 하지 않는다. 아직 꽉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3년차다. 앞으로 3~4년은 더 꾸준하게 해야 확실한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고 싶다. 지금은 마무리 보직이 좋다. 안다치고, 양현종 선배님처럼 오래 KIA에서 야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당당히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