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갈수록 박병호에 빠져든다.
왜 그가 국민 거포인지 새삼 느낀다.
지금 KT 위즈에 박병호를 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승리를 하는 순간엔 어김없이 박병호의 한방이 있다.
박병호가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서 모두를 감동시키는 역전 홈런을 쳤다. 팀이 1-2로 뒤진 9회초 2사 1루서 역전 홈런을 친 것이다. NC는 박병호가 마지막 타자가 되길 바랐지만 박병호는 승리를 알리는 히어로가 됐다.
사실 박병호도 홈런을 치기 이전 세번의 타석에서는 모두 삼진을 당했다. 상대 선발인 드류 루친스키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팀 분위기도 처져 있는 상황에서 본인도 답답할 수 있었지만 팀의 중심으로서 힘을 냈다. 1S에서 2구째 137㎞의 슬라이더가 가운데 쪽으로 몰리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치는 순간 홈런이었다. KT 이강철 감독이 "박병호 타구는 워낙 빨라서 홈런임을 빨리 알 수 있어서 좋다"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치는 순간 환호를 할 수 있는 대포가 터졌다. 전날 블론 세이브와 패전 투수가 됐던 김재윤이 9회말을 삼자범퇴로 잘 막아내며 KT는 전날 2대3의 역전패를 하룻만에 3대2의 역전승으로 되갚을 수 있었다.
박병호의 홈런은 결정적인 순간 터진다. 바로 전날인 24일에도 박병호는 1-1 동점에서 역전 솔로포를 쳤다. 9회까지 잘 막아냈다면 박병호가 결승타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박병호는 솔로 홈런이 많지 않다. 16개 중 솔로포가 7개이고 주자 있을 때 친 게 9개나 된다. 2점 홈런이 6개, 스리런포가 2개, 만루홈런도 1개를 쳤다. 주자가 있을 때 쳐서 홈런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16홈런으로 절대적 홈런 1위를 달리는 박병호는 41타점으로 타점 역시 선두다. 이중 29타점을 홈런으로 기록했다.
박병호는 NC전이 끝난 뒤 "상대 선발(루친스키)이 강했다. 그래도 투수진이 잘 던져 9회에는 찬스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전에 성공해 기쁘다"면서 "투수도 교체되었기에 이전의 삼진들은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2위 김현수(LG 트윈스·10개)와 무려 6개나 앞선 1위다. 현재 페이스로는 51개가 가능하다. 2013년 52개, 2014년 53개에 이어 세번째로 50홈런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홈런 수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라며 아직 기록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렇게 홈런을 많이 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변화를 얘기했다. 박병호는 5월들어 다리를 예전보다 조금 빨리 들어 타이밍을 잡는 시간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고, 그것으로 인해 상대 투수들의 공에 대처를 잘 할 수 있게 됐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안 좋다고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인정하며 의식적으로 개선한 것이 지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FA영입이 큰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박병호처럼 1명이 팀 승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병호는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보상금 22억5000만원을 더해 KT가 박병호 영입을 위해 쓴 돈은 총 52억5000만원. 하지만 100억 FA 부럽지 않은 KT다. 창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