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강속구 투수는 보통 셋업맨으로 시작해 클로저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부담이 덜한 셋업맨으로 경험을 쌓고 일정 시점이 되면 마무리를 맡아 롱런하는 것이다. 통산 '세이브킹' 마리아노 리베라도 1996년 존 웨틀랜드 앞에서 셋업맨으로 한 시즌을 던진 뒤 1997년부터 마무리를 맡아 은퇴할 때까지 뉴욕 양키스 뒷문을 지켰다.
시즌 초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 마무리는 에밀리오 파간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루키 요안 두란(24)이 경기를 마무리지을 때가 많다. 두란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지난 23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시즌 4세이브를 기록했다. 파간과 두란이 번갈아 마무리로 던지는 형국이다.
어쨌든 미네소타로서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강력한 구원투수를 키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두란은 2015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2018년 7월 미네소타로 이적했으며, 7년간의 오랜 마이너 생활을 마치고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7살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니, 빅리그 입성이 늦은 것은 아니다.
그가 주목받는 것은 강력한 포심 직구 때문이다. 현존 최고의 강속구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이후 메이저리그 파이어볼러 계열은 아롤디스 채프먼이 주도했다. 역대 최고 구속 105.8마일 기록 보유자다. 이후에는 세이트루이스 카디널스 조던 힉스가 100마일 이상의 공을 자유자재로 뿌리고 있다.
한데 올시즌 두란이 등장해 강속구 세계를 평정하고 나섰다. 올시즌 최고 구속 기록을 두란이 갖고 있다. 지난 15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프랜밀 레이에스를 상대로 던진 포심이 103.3마일로 올해 전체 최고 스피드를 찍었다. 이 부문 상위 10구 가운데 7개를 두란이 갖고 있다.
이날까지 그가 올시즌 던진 포심 141개 가운데 100마일 이상은 123개나 된다. 이들의 평균 스피드는 100.6마일로 역대 시즌별 포심 부문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힉스가 2019년 찍은 101.2마일이다. 힉스의 올시즌 구속은 포심이 98.7마일, 싱커가 98.8마일로 3년 전과 비교해 3마일 정도 줄었다.
두란은 강속구 말고도 또하나의 특이한 구종을 갖고 있다. 스플링커(splinker)라고 불리는 빠른 변화구인데 스플리터와 싱커를 합성한 공이다. 강속구와 함께 두란의 주무기로 평균 95.9마일의 속도를 자랑하고 공끝의 움직임도 현란하다. ESPN은 '전에 본 적이 없는 스플링커는 배반적이고 폭력적이며 이단적이고 탐욕스럽다'고 표현했다. 공략하기 까다롭고 허를 찌른다는 걸 수사적(修辭的)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ESPN은 '스피드와 움직임의 조합이 매우 특이해 8회와 9회 긴박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파이어볼러 하나가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