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어처구니없는 방송 사고가 벌어졌다. 뉴스 생방송 도중 화면 아래 정보 자막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쓰레기다(Manchester United are rubbish)'라는 문구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공식 사과가 뒤따랐지만, 맨유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 선을 비롯한 영국 매체들은 24일 오후(한국시각) 일제히 BBC의 방송사고 관련 보도를 했다. 너무나 명백한 사고였다. 현지 시각 24일 오전 9시35분 아침 뉴스방송 때 벌어졌다. 보통 뉴스화면 하단에 '티커'라고 불리는 자막 뉴스가 흐른다. 실시간 속보나 전날 경기 내용, 뉴스 요약 문구 등이 표시된다. 그런데 이 티커에 갑자기 '맨유는 쓰레기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문구는 잠시 후에 사라졌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본 시청자들 특히 맨유 팬들은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 또한 이 장면은 즉각 캡쳐돼 SNS상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BBC가 공식 사과했다. 방송사고가 난 지 2시간 후 진행된 생방송 뉴스에서 여성 앵커가 이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아까 전 뉴스방송 화면 하단에 표시되는 티커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관해 상당히 이상하게 언급한 문구가 노출된 것을 보신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맨유 팬들이 그로 인해 불쾌해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겠다. 화면 뒤에서 누군가 티커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문구를 넣는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확실히 실수가 있었다. 그런 문구를 쓰려던 의도는 없었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기분이 상했을 시청자 또는 맨유 팬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일종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맨유 구단과 맨유 팬 입장에서는 이를 평범하게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 이번 시즌의 맨유는 말 그대로 '뉴스티커의 문구처럼' 보냈기 때문이다. 팀은 내분에 휩싸였고,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전격 경질되고 지휘봉을 잡은 랄프 랑닉 임시감독은 이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성적은 성적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결국 맨유는 리그를 6위로 마감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유로파리그에 나서야 한다. 맨유가 이번 시즌 기록한 승점 58점은 EPL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티커를 쓴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를 꼬집었을 가능성이 있다. 티커에 적힌 문구가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