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돈주고 살 수 없는 능력이 있다.
전체적인 게임을 읽는 눈. 수백 경기가 모여야 비로소 트이는 시야다.
KIA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33)이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선빈은 2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4차전에 2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삼성 오승환이 발목부상으로 등판할 수 없는 날.
불펜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KIA로선 선발 투수를 괴롭힐 필요가 있었다. 1회 톱타자 류지혁이 3구만에 물러났지만 2번 김선빈은 달랐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잇달아 파울을 내며 무려 11구 승부를 펼친 끝에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3번 나성범이 7구째 승부 끝 볼넷이 이어졌다. 1사 1,2루.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지만 황동재는 1회에만 26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황동재는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86구를 기록했다. 결국 6회 들어 류지혁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나성범 땅볼 때 첫 실점한 뒤 황대인에게 솔로홈런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일찌감치 유리한 불펜 싸움 국면으로 이끌어간 것은 김선빈의 공이 컸다.
2-3으로 한점 뒤진 8회에도 김선빈의 활약이 빛났다.
무사 1루에서 삼성 좌완 이승현이 3B1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1루 대주자 김도영의 빠른 발을 의식한 그가 인터벌이 길었다. 김선빈이 즉시 타임을 요청했다. 최수원 주심이 이를 받아들였고, 이 모습을 보지 못한 이승현은 공을 던지만 이미 타임이 선언된 상황.
김이 샌 이승현의 140㎞ 직구를 놓치지 않고 김선빈은 중전안타로 만들어냈다. 무사 1,3루 결정적인 찬스를 만든 한방이었다. 결국 나성범의 사구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황대인의 땅볼과 소크라테스가 유도한 상대 실책으로 KIA는 결국 2득점 하며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게임의 흐름을 읽는 베테랑 김선빈의 노련한 대응이 만들어낸 승리.
김선빈은 경기 후 "멀티히트 경기를 한 것도 좋았지만, 우선 팀이 승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삼성과의 지난 광주 3연전에서 역전패로 시리즈를 내 주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올시즌 삼성전 16타수9안타(0.563)로 삼성 킬러로 활약중인 김선빈은 "삼전에 강하긴 했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