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4번 타자는 다른 팀 4번 타자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홈런 생산능력을 갖춘 장거리 타자가 4번 타순에 들어가는데, 히어로즈는 그런 상황이 못 된다. 개막전부터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4번을 맡았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푸이그에게 기대가 컸지만 적응 실패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푸이그가 빠지고 김혜성이 최근 4번을 맡았다.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도 4번-2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김혜성은 전형적인 4번 타자와 거리가 멀다. 파워보다 컨택트 능력이 좋은 중거리 타자다. 23일 현재 44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174타수 52안타)를 기록했다. 홈런은 2개뿐이고 2루타 6개, 3루타 3개를 때렸다. 도루 17개를 기록해 이 부문 1위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이 4번 타자로 출전해도, 4번 타자라고 생각 안 할 것이다. 이전부터 본인이 해 온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거포형 타자가 없다보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홍 감독은 "우리 팀 4번 타자는 홈런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공격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혜성은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와 3연전에 4번으로 출전해 홈런없이 6안타를 때리고 5타점을 쓸어담았다.
김혜성은 올 시즌 1~5번을 모두 경험했다. 4번 타순에서 17타수 7안타, 타율 4할1푼2리-5타점을 기록했다. 4번으로 출전했을 때 타율이 가장 좋았다.
도루 1위 4번 타자, 히어로즈이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