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주일 전에 붙은 불씨가 결국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조쉬 도널드슨(뉴욕 양키스)과 팀 앤더슨(시카고 화이트삭스) 간의 갈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도널드슨은 22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화이트삭스와의 홈 경기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3회말 첫 타석을 마치고 이닝 교대 과정에서 앤더슨과 언쟁을 주고 받았던 도널드슨은 5회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면서 화이트삭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충돌했다. 그랜달은 앤더슨을 가리키며 사과하라는 듯한 제스쳐를 했고, 도널드슨이 물러서지 않고 언쟁을 벌이면서 결국 양팀의 벤치 클리어링으로 번졌다. 앤더슨은 동료들의 제지로 3루측 더그아웃으로 들어갔으나, 몰려든 양팀 선수들은 한동안 물러서지 않으면서 경기가 상당시간 지연됐다.
갈등의 원인은 도널드슨이 앤더슨을 '재키'라고 지칭한데서 비롯됐다.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이름을 빗댄 것. 이 행위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받아들인 앤더슨은 도널드슨과 언쟁을 벌였고, 이를 지켜본 화이트삭스 동료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앤더슨은 "도널드슨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뛰던 2년 전에도 내게 똑같은 말을 했다. 나는 오늘 말 그대로 (차별에 시달렸던) 재키 로빈슨 같은 기분이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랜달 역시 도널드슨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도널드슨과 앤더슨은 지난 15일 경기에서도 충돌한 바 있다. 당시 견제 귀루 과정에서 슬라이딩하는 앤더슨을 도널드슨이 태그하는 과정에서 베이스를 막는 듯한 모션을 취했고, 앤더슨이 일어나며 도널드슨을 강하게 밀치며 소리를 친 바 있다. 이어진 양키스 공격에서 1주 주자였던 도널드슨이 앤더슨의 2루 포스 아웃 과정에서 그대로 다리를 들어 베이스를 향하기도 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두 선수 간 갈등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슨은 경기 후 취재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앤더슨을 '재키'로 지칭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었을 뿐이다. 싸우려 했던 게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려 했던 것일 뿐이다. 앤더슨이 불쾌함을 느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MLB사무국은 도널드슨에게 1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을 부과했다. 마이클 힐 수석부사장은 "도널드슨의 도와 상관없이 그가 앤더슨에게 건넨 말은 무례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꼬집었다. 도널드슨은 징계 발표 직전인 23일 코로나19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