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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투구 흔들기→문책성 교체까지…연패 속 독해진 서튼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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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글러브를 보자고 하는 것 같은데요?"

사령탑이 독해졌다. 상대 투수에게 '이물질 검사'를 요구하는가 하면, 아직 수비 실수로 인한 문책성 교체에도 거침없다.

지난 4월 롯데 자이언츠는 리그 2위로 비상했다. 하지만 5월 들어 투타 모두가 부진에 빠지며 한때 7위까지 밀려났다. KIA 타이거즈에 주중 시리즈 스윕을 당하며 4연패에도 몰렸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에게선 평소 같은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뜻밖의 독한 면모도 드러났다.

20일 두산 베어스전. 2-0으로 앞서가던 2회초. 서튼 감독은 갑자기 그라운드로 올라섰다. 주심을 만난 그는 두산 선발 로버트 스탁의 부정투구(이물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주심은 마운드에 올랐다. 떫은 표정을 짓고 서 있던 스탁은 글러브를 내밀어 검사를 받았고, 주심은 '문제없음'으로 판단했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트레버 바우어를 비롯한 간판 선수들의 부정투구 의혹이 핫하게 떠올랐던 적이 있다. 파인타르 등 끈적이는 물질을 글러브나 벨트, 팔, 바지 등에 발라두었다가 손끝에 묻혀 공의 회전수를 높인다는 것. 규정상 정해진 로진백을 제외하면 어떤 물질도 사용할 수 없다. 침도 바르면 안된다. 규정 위반이 발각되면 즉각 퇴장조치되며, 차후 출전금지 징계도 내려진다.

국내에서는 이용훈, 오주원, 배영수, 린드블럼, 맨쉽, 김진욱 등이 부정투구 경고를 받은바 있지만, 대부분 공을 물어뜯거나 침을 묻히고, 바지에 문지르는 등 스핏볼(공을 손상시키는 것) 의혹이었다. 이물질 사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격화된 적은 없다. 또한 메이저리그와 달리 부정투구로 퇴장당한 사례도 아직 없다.

서튼 감독은 스포츠조선의 문의에 "스탁이 경기중 수차례 글러브를 문지르거나, 글러브 속에서 손과 손을 문지르는 행동을 했다. 투수마다 자신의 습관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손가락 2개로 글러브를 문지르는 행동은 끈적한 물질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스탁은 3회에도 안치홍의 홈런 포함 추가로 2실점했고, 롯데는 4대0으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었다.

그런가하면 22일 두산전에는 선발 출전 후 아직 한 타석도 들어서지 못한 타자가 교체되는 보기드문 모습도 있었다.

롯데는 전날 경기에서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 4-12로 완패했다. 그런데 이날도 1-2로 뒤진 2회말 이학주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이로 인해 출루한 박계범은 2루수 김민수의 낙구지점 판단 실수로 인한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이날 선발은 부진으로 마음 고생이 심한 글렌 스파크맨이었다. 1회에는 제구 난조로 2점을 먼저 내줬지만, 2회 들어 좋은 구위를 뽐내던 중이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쉽게 잡을 수 있는 뜬공이었다. 피터스의 홈런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스파크맨도 새롭게 피칭디자인을 잘하고 나왔다. 그런데 수비 때문에 안줘야할 점수를 줬다"며 질타했다.

이에 서튼 감독은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민수는 이날 9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런데 3회초 첫 타석을 들어서기 전에 배성근과 교체됐다. 롯데 관계자는 "김민수의 교체 사유가 부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롯데는 이날 전준우와 한동희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타선이 한층 약화된 상황, 하지만 즉각적인 문책성 교체가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롯데는 9회초 고승민의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며 기적같은 역전승과 더불어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서튼 감독은 앞서 18일에는 비디오 판독 결과에 격하게 항의한 뒤 퇴장당하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한주였다.

승리를 위해 한층 독해진 서튼 감독. SSG 랜더스-키움 히어로즈를 상대하는 이번주에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