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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강속구 뿌리는 LG 마무리 고우석, 그는 날마다 그림을 그린다 [SC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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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몰려서 맞는 건 개의치 않아요. 단, 생각 없이 공을 던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은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시원하게 뿌린다. 워낙 구위가 좋다 보니, 그저 생각 없이 가운데로만 던져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알고도 못치는 게 고우석의 강속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고우석도 치밀한 경기 준비, 그리고 타자와의 두뇌 싸움을 한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공을 던지는지 알고, 투구를 지켜보면 더욱 재미있다.

고우석은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에서 짜릿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팀이 4-3으로 앞서던 9회 등판했다. 선두 SSG 추격의 절호의 기회.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에 1사 1, 3루 대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SSG의 중심타자인 한유섬과 케빈 크론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포효했다.

고우석은 1사 1루 상황서 SSG 간판타자 최 정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다. 1B2S 상황서 몸쪽 직구를 던졌는데 안타가 됐다. 고우석은 "카운트를 잡는 과정에서 몸쪽으로 던져보니,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B2S 상황에 몸쪽으로 한 번 더 가고, 그 다음 결정구를 던지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방심한 것이었다. 최 정 선배가 기다렸다는 듯이 짧은 스윙으로 몸쪽 공을 쳐냈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은 거기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타자 한유섬을 상대할 때는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곧바로 승부에 들어갔다. 2구째까지 직구를 던지고, 다음 3개의 공을 슬라이더-슬라이더-커브로 선택한 것이다. 아무래도 타자 입장에서는 고우석의 직구를 머릿속에 두고 타격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상황에서 변화구가 연신 들어오니 제 아무리 한유섬이라도 대처가 안된 것이다. 크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구-슬라이더-커브 3개로 삼진 처리를 했다.

고우석은 "한유섬 선배와 크론 모두 잘치는 타자들이다. 하지만 그 타자들이 잘치는 코스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전력 분석도 하고, 타자들을 만나면 어떻게 승부를 할 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미리 그려놓은 대로 승부를 하는 것이다. 이 타자를 만났을 때 몸쪽을 생각했으면, 공이 너무 붙어 사구가 나오거나 가운데로 몰려 안타가 맞아도 계획했던 대로 던진다.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 단, 마운드에서 생각 없이 던지지는 말자는 생각을 계속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고우석은 경기 중 구속을 확인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숫자에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고우석은 "구속을 안본다. 대신 타자의 반응으로 내 공이 어떤지 확인한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