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잠실 빅보이' 이재원이 수비로 홈런을 쳤다. 그것도 스리런 홈런이다.
이재원은 파워 히터다. 지난주말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서 홈런 3개를 때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주역이다.
그러나 수비엔 항상 의문 부호가 따랐다. LG 류지현 감독은 "1군에서의 수비 경험이 적다보니 아직은 좀 덤비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수비를 나가면 좋아질 것"이라고 이재원에 격려의 멘트를 날렸다.
이재원은 17∼19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3연전서 좌익수로 선발출전했다. 김현수가 경미한 햄스트링 통증으로 타격은 가능하지만 수비를 하기엔 관리가 필요해 이재원이 수비에 나섰던 것.
이재원은 KT와의 3연전서는 기대했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17일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18일엔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19일엔 4타수 1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최고의 장면을 연출했다. 바로 4-0으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이재원이 '인생 수비'를 펼친 것.
4회까지 호투하던 임찬규가 5회말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안타와 볼넷, 실책으로 무사 만루가 된 것. 다행히 4번 박병호를 2루수 플라이, 5번 장성우를 얕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2아웃까지 만들었는데 6번 박경수에게 좌측으로 날아가는 2루타성 타구를 맞았다.
좌익수 이재원이 빠르게 달려가면서 슬라이딩을 하며 글러브를 뻗었는데 타구가 빨려 들어갔다. 이재원은 이후 한바퀴를 굴렀지만 글러브엔 공이 그대로 있었고, 이재원은 글러브를 들어 아웃임을 알렸다.
만약 공이 뒤로 빠졌다면 2아웃 상황이라 주자 3명이 모두 들어올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야말로 3점을 막아낸 수비였다.
맞는 순간 얼굴이 얼어붙었던 임찬규는 이재원의 호수비에 무릎을 꿇으며 괴성을 질렀고, 더그아웃 앞에서 기다렸다가 이재원을 힘껏 안았다. 임찬규는 경기 후 "가족도 아닌데 사랑스러웠다. 너무 잘생겨 보이고 커보였다"면서 "원래 수비수들이 잘해주면 리액션을 크게 하는데 이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재원이 엄청난 캐치를 해서 저절로 무릎을 끓었다"라고 했다.
이재원은 7회말엔 강한 어깨도 과시했다. 1사후 박병호의 좌익선상 2루타 때 펜스 앞에서 공을 잡아 2루까지 정확히 송구해 박병호를 태그아웃시켰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