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드디어 재능이 꽃피기 시작하는 걸까.
KIA 타이거즈 이우성(28)의 최근 타격감이 심상치 않다. 4월 한 달간 2할 초반에 머물던 타율이 5월 들어 3할 중반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11일 광주 KT 위즈전에선 손맛까지 봤다. KT 선발 투수 엄상백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우성이 홈런을 친 것은 KIA 이적 첫해인 2019년 7월 14일 광주 한화전 멀티포 이후 1032일 만이다.
이우성은 KT전 홈런을 두고 "살짝 빗맞은 타구였다. 홈런은 생각도 못 했고, 그저 '안타만 되라'는 생각이었다"며 "막상 넘어가고 난 뒤에도 별 느낌은 없었다. 사실 지금 '3년 만에 홈런을 쳤다'는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2013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 데뷔한 이우성은 NC 다이노스를 거쳐 2019년 KIA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 타이틀이 뒤따랐지만, 좀처럼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올해도 개막엔트리 합류 후 예년처럼 백업에 머무르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활약 속에 자연스럽게 출전 시간이 늘어나고, 타석 수도 쌓아가고 있다.
이우성은 "경기당 1~2타석을 소화할 때는 타석에서 공이 빠르게 느껴지고 각도 커 보였다. 스트라이브, 볼을 제대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요즘엔 감사하게도 그나마 빠른 공의 속도나 각도가 조금씩 체감이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2020시즌 전반기 때만 해도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라 중장거리 타구를 잘 만들 수 있는 타자라고 생각을 고친 뒤부터 후반기에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선배 이범호(현 KIA 타격코치)의 현역시절 등번호인 25번을 달게 된 것을 두고 "(박)찬호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바꾸겠다고 해서 '내가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코치님께 여쭤봤더니 '찬호보다는 네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웃었다.
이우성의 반등을 두고 '새신랑 효과'라는 말도 나온다. 이우성은 올 초 백년가약을 맺고 '가장'으로 새 출발 했다. KIA 김종국 감독은 "이우성은 열정이 있는 선수였다. 결혼 후 안정감이 생기면서 더 간절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우성은 "예전엔 혼자 지내면서 경기가 잘되면 불안하고, 안될 땐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다"며 "지금은 퇴근 후 아내가 해주는 조언과 격려 속에 부담을 덜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지금 돌아보면 내가 봐도 나의 준비 과정이 게을렀다는 생각이 든다"며 "곁에서 헌신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나태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이우성은 "감독님, 코치님들이 주신 기회에서 팀에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오로지 어떻게 안타를 치고 출루할지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내 나이도 곧 서른이다. 꾸준한 모습으로 어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