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사과는 빠르고 직접적인 것이 좋다. 공개적이라면 더욱 좋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매디슨 범가너를 퇴장시킨 심판이 공개적으로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범가너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1회말 마운드에 오른 범가너는 선두 존 버티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해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었다. 2사후 가렛 쿠퍼와의 대결. 범가너는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커터를 바깥쪽으로 찔러넣었다. 스트라이크존을 관통했다고 확신한 범가너는 더그아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라이언 윌리스 구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범가너는 마운드로 다시 오르며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범가너는 쿠퍼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범가너는 댄 벨리노 1루심으로부터 손과 글러브에 이물질 검사를 받았다. 규정에 따른 절차다.
한데 범가너와 1루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벨리노 1루심은 오른손을 들어 범가너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범가너는 격분했고, 애리조나 더그아웃에서 스태프들이 뛰쳐나가 범가너를 말렸다.
이틀이 지난 7일 벨리노 심판이 공개 사과를 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엊그제 있었던 매디슨 범가너와 관련한 내 행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 한다. 15년 전 메이저리그 심판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몇 가지 좋은 조언을 들었다. '모든 경기에 임할 때 내 아이가 관중석 맨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기억한다. 이번 주 난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벨리노 심판은 당시 행위에 대해 메이저리그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퇴장 조치가 과했다는 이유다. 다음 일정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 심판진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중징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범가너는 당시 벨리노 1루심에게 욕설이 섞인 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가너가 화를 낸 근본적인 이유는 윌리스 구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심판이 공개 사과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