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아무도 없는 2루에 돌팔매질을 하더라. 하하."
키움 히어로즈 투수 정찬헌이 더그아웃에서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에게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푸이그는 억울한 듯 펄쩍 뛰었다. 무슨 일이 있었고, 두 사람은 어떤 얘기를 나눴던 것일까.
키움과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 6일 고척 스카이돔. 키움 선발 정찬헌은 5회까지 SSG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를 펼쳤다. 팀 타선이 초반부터 점수를 많이 내줘 수월하게 경기를 풀었다.
옥에 티는 6회 실점 장면이었다. 2사 1루 상황서 상대 4번 한유섬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우익수 푸이그 키를 넘는 타구이기는 했지만, SSG 1루 주자 최 정의 발이 빠르지 않기에 중계 플레이만 정확히 된다면 주자를 3루에서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푸이그가 홈쪽이 아닌 아무도 없는 2루에 공을 던져 오히려 최 정이 손쉽게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투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평균자책점이 올라가는 일이니, 썩 반갑지는 않다.
그래도 앞서는 경기라 분위기가 좋았기에 정찬헌도 웃으며 푸이그에게 얘기를 했다. 정찬헌은 경기 후 "푸이그가 홈쪽으로 던져야 커트맨이 공을 잡아 주자의 진루를 막을 수 있었다. 사실 최 정 형은 3루에서 더 뛸 생각이 없어 보였는데, 송구가 잘못되니 홈까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푸이그에게 '점수를 안줄 수는 없다. 그래서 괜찮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던지지 그랬냐'고 했다. 그러자 푸이그가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일부러 잡는 시늉까지 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 거기까지는 의도가 좋았는데, 아무도 없는 2루에 돌팔매질을 해버렸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