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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생 사격신성'김우림의 첫銀 순간,'국대누나'가 울었다[데플림픽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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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플림픽 메달… 동생이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5일(한국시각) 브라질 카시아스두술 카시아스 헌팅앤드슈팅클럽에서 열린 남자사격 공기소총 10m 결선. '1998년생 동생' 김우림(24·보은군청)이 사격 종목 첫 은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국대누나' 김고운(27·전남)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발 한발 마음 졸이다 사대 밖에서 비로소 상봉한 남매는 태극기를 두른 채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기특한 동생'의 가슴팍을 퍽퍽 때리던 누나가 울다가 웃었다. 동생이 환한 미소로 답했다. "금메달 못 따서 때린 것도 있고요. 고생했다고… 우린 원래 이렇게 해요." 남매만의 '이심전심' 애정표현법을 귀띔했다. 정확한 발음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으로 들으면 들린다.

김고운과 김우림은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에 나란히 나선 대한민국 '사격 국대 남매'다. 어릴 때 열병으로 청력이 떨어진 누나 김고운이 먼저 사격의 길에 들어섰다. 중3때 소설 속 총싸움에 매료돼, 소설처럼 사격을 시작했다. 2015년엔 광주유니버시아드에 출전, 비장애인 명사수들과 경쟁했다.

세 살 터울 동생 김우림은 누나의 길을 그대로 따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누나 훈련장에 구경갔다가 사격을 시작하게 됐다. 농아인에게 유리한 스포츠라고 들었다"고 입문 과정을 소개했다.

누나 김고운은 "우림이가 매번 선발전에서 떨어지다 이번 데플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메달색과 관계없이 메달을 땄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쏠 때보다 더 마음 졸였다. 동생이 좋은 결과를 내줘서 너무 고맙다. 오늘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우리 선수들도 우림이의 좋은 기운을 받을 것같다"고 했다.

경기가 치러진 카시아스두술 사격장 시설은 최악이었다. 국제 표준의 전자표적 장치가 개막 후 사흘이 다 되도록 설치되지 않았다. 경기 일정은 이틀이나 미뤄졌다. 4일 오전 비로소 첫 경기가 시작됐지만 역시나 전자표적 시스템은 없었다. 10년 전 종이표적지가 등장했고, 각국 코칭스태프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생뚱맞은 종이표적지 앞에서 선수들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정확한 종이표적지는 한국선수단에 악재로도 작용했다. 데플림픽만 여섯 번째인 '베테랑 사수' 최창훈(39·경기도청)이 본선에서 '8위' 우크라이나 선수와 동점(608.0점)을 쐈으나 최종시기 점수가 낮아 9위로 밀렸다. 8위까지 나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백전노장' 장성원 사격대표팀 감독이 즉각 소청을 제기, 종이표적지 재검수를 요청했고, 그 결과 판정 오류가 발견됐다. 최창훈의 점수가 608.7점으로 정정되며 전체 6위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이번엔 '탈락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측이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주최측은 재검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결정을 재번복했다. 오후 1시 예정이었던 경기는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재개됐다.

실력은 모든 것을 이긴다. 열악하고 낯선 환경, 우여곡절을 이겨낸 건 어린 선수의 오롯한 실력이었다. 김우림은 공기소총 10m 본선에서 6차 시기 합산 625.1점, 세계신기록을 쏘아올렸다. 생애 첫 데플림픽에서 당당히 본선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 무대서도 김우림은 담대했다. 첫 5발, 10발, 이후 2발씩 쏘는 16발까지 꾸준히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순위를 결정하는 마지막 8발, 뒷심을 발휘한 인도의 다누쉬 스리카트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스리카트가 247.5점으로 금메달, 김우림이 246.6점으로 '0.9점 차' 은메달을 확정 지었다. 김우림은 "금메달을 못딴 건 아쉽지만 인도 선수가 잘했다. 은메달을 딸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노트북 자판을 통해 나눈 대화에서 김우림은 환경이나 시설을 일절 탓하지 않았다. "미흡한 대회 운영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차피 다 똑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최)창훈이형의 몫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데플림픽 금메달'만 4개인 선배 최창훈은 까치발을 든 채 결선 내내 '당찬 후배' 김우림의 선전을 응원했다. 김우림의 은메달 확정 순간, 장성원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한마음으로 첫 쾌거를 뜨겁게 자축했다.

메달의 꿈을 이룬 순간, 김우림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역시 "어머니"였다.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썼다. 어머니 노은미씨(50)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사격 국대 남매'를 강하고 반듯하게 키워냈다. 김우림은 "금메달을 따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늘 믿어주고 뒷받침해주시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사격을 계속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어머니가 ''국대 남매'를 자랑스러워하겠다'는 말엔 "데플림픽에 그치지 않고, '비장애인 국대' 남매까지 나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어머니는 분명 더 기뻐하실 것"이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마지막 질문, '1998년생 명사수'는 한치 망설임없이 또박또박 자판을 쳐내려갔다. "국제대회 금메달 석권과 국내 대회 금메달, '비장애인 국가대표'로 올림픽까지 나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카시아스두술(브라질)=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