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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47+피홈런 0' 안경에이스의 전성기, 지금입니다 [수원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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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안경 에이스'. 롯데 자이언츠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1984년 최동원과 1992년 염종석에게 주어진 영광스런 칭호. 박세웅은 그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투수다.

어느덧 롯데 유니폼을 입은지도 올해로 8년차. 후계자로 지목되긴 했지만, 선배들의 위명에 부족함이 많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커녕 가을야구로 이끈 것도 2017년 한번 뿐이다. 당시 박세웅의 위치는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에 이은 4선발. 우천 연기 등 곡절 끝에 준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로 나섰지만, 거듭 위기에 몰리며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나야했다.

이후 찾아온 부상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지난해 자신의 능력을 재확인했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뒤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박세웅은 후반기 12경기에서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6승3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 스스로의 에이스 본능을 깨웠다.

올해는 시즌 초부터 승승장구다. 4일 KT 위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4승째를 따냈다. 팀동료 찰리 반즈(5승)에 이어 다승 부문 2위다. 평균자책점도 1.74로 한층 더 끌어내렸다. SSG 랜더스 김광현(4승·ERA 0.56)의 뒤를 잇는 국내 최고 투수 중 한명임을 입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구속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박세웅은 꾸준히 시속 140㎞ 후반의 공을 뿌렸지만, 의외로 150㎞를 찍는 일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최고 152~153㎞를 거의 매경기 기록중이다. 타고난 싸움닭인 박세웅에겐 직구야말로 최고의 무기다.

레퍼토리도 한결 다양화됐다. 지난해부터 포크볼 의존도를 줄이고,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여온 노력이 꽃을 피우고 있다. 데뷔 이래 최고 수준의 직구 구위와 완성된 변화구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집중력이 좋아졌다. 데뷔 이래 박세웅의 최대 단점이 '뜬금포'다. 워낙 공격적인 피칭을 즐기다보니 아차하는 순간 홈런을 허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면 20개 내외의 홈런을 허용하곤 했다. 커리어하이였던 2017년에는 21개(공동 5위), 2020년에는 1위(20개), 지난해에도 2위(20개)였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잡은 올해는 다르다. 6경기 36⅔이닝으로 경기당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아직 단 한개의 홈런도 허용치 않았다. 한층 향상된 직구의 구위와 더불어 빈틈없이 재무장된 박세웅의 정신력을 증명하는 지표다. 3일 11안타 10득점을 몰아쳤던 KT 타선이 이날 박세웅을 상대로 때린 장타는 조용호의 2루타 1개 뿐이었다.

박세웅은 올해 27세. 소위 '꽉찬' 나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박세웅은 "9월 아시안게임에 꼭 가고 싶다. (류중일 감독에게)언제든 불러만 주신다면 던질 준비가 돼있다. 좋은 결과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강렬한 러브콜을 보냈다.

아시안게임에 소집될 경우 리그에서 빠지는 기간이 있다. 하지만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박세웅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그 기회를 스스로 쟁취할 수 있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며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