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개막 후 한 달이 흘렀다. 100타석을 넘게 소화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0)의 모습이 그렇다. 4일까지 소크라테스는 타율 2할4푼5리(106타수 26안타), 2홈런 12타점, 출루율 0.298, 장타율 0.434다. 8개의 볼넷을 골랐지만, 삼진을 27번이나 당했다. 상위 타선 내지 중심 타선에서 득점에 기여해줄 것으로 여겨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위 타선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잦다. 장타와 주루 센스, 빠른 발이 번뜩이는 날도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무기력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날도 더러 있다.
이런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앞서 KIA를 거쳐간 두 외국인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로저 버나디나와 제레미 해즐베이커다.
2017년 KIA 유니폼을 입은 버나디나는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부진했다.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2할대 초반 타율로 실망감을 안겼다.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도 드물어 시즌 초반부터 '퇴출 후보'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았다. 그러나 5월부터 반등에 성공해 그해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 32도루의 빼어난 활약을 펼쳐 KIA의 V11에 공헌했다. 버나디나는 이듬해까지 KIA에서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버나디나의 뒤를 이어 KIA 유니폼을 입은 해즐베이커는 달랐다. 캠프 기간 연습경기-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해즐베이커는 개막 후에도 타격감을 찾지 못했고, 집중력 부족까지 드러냈다. 개막 2주 만에 1군 말소된 해즐베이커는 결국 5월 초 웨이버공시, 11경기 타율 1할4푼6리, 2홈런 5타점의 초라한 기록 속에 퇴출됐다.
최근 소크라테스의 활약상은 버나디나의 5월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4월 29일 광주 삼성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3안타를 몰아치더니, 4일 광주 키움전에 2루타와 3루타 각각 1개씩을 만들며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4월 한달 간 2할대 초반 타율에 머물면서 타석에서 자신감 하락, 조급함을 드러내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무안타 뿐만 아니라 엉성한 수비를 펼쳤던 3일 키움전 활약을 돌아보면 소크라테스의 최근 기록만 놓고 반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애매한 감도 있다.
KIA는 나성범, 양현종을 데려오면서 253억원의 거금을 투자했다. 최근엔 예비FA 포수 박동원까지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등 지난해 9위 부진을 확실히 씻어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부진한 외국인 타자를 봐줄 만큼 여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5월 한 달간 펼쳐질 행보에 따라 소크라테스의 운명도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