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믿었던 도끼'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오마리 스펠맨(25)은 결과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안양 KGC의 공수 짜임새를 흐트러트리는 'X맨' 역할을 하고 말았다.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KGC가 2패로 수세에 몰리게 된 주요 원인이다. 과연 KGC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KGC는 지난 2일과 4일 적지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 1, 2차전에서 모두 졌다. 1, 2차전 모두 SK에 90점 이상을 허용한 반면, KGC의 득점은 70점대에 그치고 말았다. 정규시즌 경기 양상과 사뭇 다른 결과다.
KGC는 정규시즌에 SK를 상대로 치른 6경기에서 평균 89.5득점에 84.2실점으로 5승1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정적 우승을 놓고 겨룬 챔피언결정 1, 2차전에서는 이러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의 맞춤 수비에 당하며 득점력이 떨어진 반면, SK의 빠른 스피드와 높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막판 대량실점을 허용했다.
이 모든 문제가 스펠맨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은 SK의 맞춤전략이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6강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던 KGC의 단단한 수비 조직력과 폭발적인 득점루트가 스펠맨의 가세로 인해 상당부분 흐트러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스펠맨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SK 최준용의 높이와 스피드에 철저히 당했다. 정규시즌 때의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펠맨은 부상 이후 한 달여를 쉬면서 체중이 불어난 탓에 최준용의 마크를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중요한 2차전 막판에는 테크니컬 파울까지 범했다. 스펠맨은 1차전에서 16분50초 동안 6득점, 8리바운드 2도움을 기록했고, 2차전 때는 18분52초 동안 17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했다. 확실히 정규경기 때의 모습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스펠맨의 활약에 기대를 걸었던 KGC 김승기 감독의 전략은 무너진 셈이다. 2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3차전에서 확실한 승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위기에 몰린 KGC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일단은 6강, 4강 플레이오프 때의 수비 조직력 회복이 급선무다. 수비 스페셜리스트인 문성곤과 그나마 자밀 워니와 최준용을 통제할 수 있는 오세근, 대릴 먼로 등의 활약이 절실하다. 일단은 SK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저지해야 승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변준형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규리그 KGC 팀내 득점 4위 변준형은 1차전에서 22분56초 동안 단 4점에 그쳤다. 3점슛은 7개를 시도해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2차전에서도 32분6초 동안 단 6점밖에 기여하지 못했다. 3점슛은 역시 4개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SK 마크맨 안영준의 수비도 뛰어났지만, 변준형 또한 장염 후유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제는 더 물러날 곳이 없다. 6일 홈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마저 패한다면 사실상 승부는 끝이나 다름없다. 노련한 승부사 김승기 감독이 과연 어떤 묘책을 들고 3차전에 임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