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2군에서 잘 던져야 올릴 수 있다."
갑작스럽게 난조에 빠진 베테랑이나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 유망주 투수를 2군에 보낸 뒤 1군 복귀 시점을 물으면 KBO리그 감독들은 보통 이렇게 답한다. 이들의 1군 복귀는 2군 스태프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결국 감독의 느낌이 판단 기준이 된다. 무조건 잘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이런 코멘트를 토론토 블루제이스 찰리 몬토요 감독도 했다. 만년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서다.
바이러스 감염질환인 전염성 단핵증(mononucleosis)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피어슨은 최근 피칭훈련을 시작했다. 4일(이하 한국시각)엔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불펜피칭을 실시하며 복귀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에 대해 몬토요 감독은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피어슨의 목표는 선발투수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그러나 여기에 오려면 마이너에 내려가서 잘 던져야 한다. 이곳에는 우리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으니까 마이너리그에서 잘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피어슨이 조만간 마이너 재활등판을 하게 되는데,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동료인 류현진이 오는 8일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 소속으로 세일런필드에서 열리는 더햄 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하기로 했는데, 피어슨과는 상황이 다르다. 류현진은 더햄전서 일정 수준의 투구수와 컨디션을 보이면 곧바로 빅리그 로테이션에 합류한다. 반면 피어슨은 재활 등판을 2~3차례 가질 수 있다.
몬토요 감독의 말대로 토론토는 현재 투수진이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시즌 전 걱정이 컸던 불펜진은 마무리 조던 로마노를 비롯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피어슨은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면 선발이 아닌 릴리프로 던지게 된다. 장기적으론 선발투수로 성장해야 하지만, 지금의 마운드 상황에서는 선발진에는 자리가 없다. 불펜 보직도 마이너리그에서 잘 던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인 피어슨은 마이너리그에서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토론토 최고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12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20에 그쳤고, 올시즌에는 시작부터 부상 때문에 고전 중이다.
2019년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인 알렉 마노아가 선발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