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떠난 단짝 포수와 상대팀으로 맞붙은 투수가 홈런을 맞고 웃어버렸다.
3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KIA의 경기. 키움 선발투수 요키시가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을 올렸다.
KIA에게 내준 점수는 단 1점. 그런데 그 1점을 단짝 포수였던 박동원이 솔로포로 뽑아냈다.
지난달 24일 키움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박동원은 요키시의 전담포수였다. 2019년 KBO리그 데뷔 이후 요키시는 줄곧 박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박동원의 KIA 이적 후 첫 맞대결.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사이다. 첫 타석에서는 요키시가 이겼다. 2회말 4번타자로 나선 박동원은 1볼-2스트라이크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박동원이 이겼다. 0-0으로 맞선 4회말 2사 박동원은 요키시의 커브(124km)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박동원이 의기양양하게 그라운드를 도는 사이 요키시의 표정이 묘했다. 한참 동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포수 이지영을 바라봤다.
어떤 생각이 들었길래 웃음이 나왔을까?
KBO리그 데뷔 초반 요키시는 75구만 넘어가면 피안타율이 급상승하며 고전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투구패턴이 읽히고 체력도 떨어지는 단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박동원과 호흡을 맞추며 '75구 징크스'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이후 요키시의 전담 포수는 줄곧 박동원이었다. 박동원의 이적 전까지 요키시가 출전한 경기는 93경기, 그중 71경기를 함께 배터리를 이뤘고, 평균자책점 2.47 출루 허용률 1.11을 기록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가장 가까웠던 팀 동료를 적으로 만난 첫 대결. 마운드 위에서는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요키시였지만, 박동원의 홈런에 그만 웃어 버렸다. 속내를 들켰다는 아쉬움이었을까. 아니면 빨리 털어내려는 쿨한 반응이었을까?
과거의 단짝에게 홈런을 허용했지만 요키시의 투구는 눈부셨다.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키움의 7대1 승리를 이끌었다. 평균 자책점도 2.27로 끌어내렸다. 새로운 단짝 이지영 포수와의 호흡도 문제없음을 증명했다.
좋은 투수는 포수를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