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충격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최다 우승팀을 배출한 K리그가 자존심을 구겼다. 2022년 ACL 무대에 4개 팀이 출격해 절반인 2개 팀만 토너먼트 관문을 통과했다.
K리그 팀이 ACL에서 우승한 건 1967년 첫 대회(당시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부터 현재까지 12회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리그 중 최다 기록이다. 2020년엔 울산 현대가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엔 포항 스틸러스가 준우승했다. 올해는 전북 현대, 울산, 대구FC, 전남 드래곤즈가 정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관문부터 쉽지 않았다. 전북과 대구만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나마도 16강 조기 진출을 확정한 것은 전북 뿐이다. 대구는 라이언시티와의 최종전에서 간신히 페널티킥 역전골로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처럼 중립지역에 모여 진행했다. 울산은 말레이시아, 전북은 베트남, 대구와 전남은 태국에서 조별리그를 치렀다. 쉽지 않은 대결이 예상됐다. 동남아 지역은 기후, 환경 등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홈 앤드 어웨이' 형태에서도 K리그 팀들이 동남아 원정을 매우 힘겨워 했다.
무엇보다 이번 조별리그는 엄밀히 말해 중립지역 경기가 아니었다. 울산은 'I조 호스트'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격돌했다. 전북 역시 'H조 호스트' 호앙아인 잘라이(베트남)와 대결했다. 전남 역시 'G조 호스트'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 실력을 겨뤘다. '홈 텃세'도 있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조호르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마지막 경기장에서 사전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훈련장과 경기장 환경(잔디)이 완전히 다르다. 그 부분을 제공받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 홈팀에 주어지는 어드벤티지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의문이 든다. 그 점에 대해서는 AFC에서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뚜껑이 열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K리그 팀들은 동남아 팀, 그 중에서도 각 조 호스트 팀들에 크게 당했다. 전남은 빠툼에 1무1패를 기록했다. 울산은 조호르에 2패를 떠안았다. 대구는 동남아 팀인 라이언시티(싱가포르)에 1승1패를 남겼다. 그나마 전북이 호앙아인에 1승1무를 거뒀다. 결국 홈 이점을 넘지 못한 울산과 전남은 조별리그 탈락했다. 반면, 홈에서 조별리그를 소화한 빠툼과 조호르는 창단 후 처음으로 ACL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럼에도 올해 ACL 조별리그에서 K리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다. K리그는 자타공인 아시아 최강이다. 지난해 말 AFC 클럽대회 랭킹에서 2018, 2019, 2021년 점수 합계 54.7점을 받았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규칙한 경기 수 등으로 제외했다. 사우디아라비아(57.3점)에 이어 전체 2위이자, 동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동남아 원정은 결코 쉽지 않다. 기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환경을 떠나서 이번 경기를 보면 조별리그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일침했다. 팬들도 SNS를 통해 '무더위로 고생했지만, 이렇게 조별리그에서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