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올 시즌 초반이다. KGC 김승기 감독은 상당히 도전적 멘트를 던졌다.
"변준형의 돌파 능력은 리그 최고수준이다. 김선형에 비견할 만하다. 능가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SK 전희철 감독은 "아직은 김선형이 최고"라고 되받아쳤다.
김선형은 중앙대 시절부터 돌파 능력만큼은 국내 최고였다. '플래시 썬'이라는 별칭답게 순간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중앙대 시절 김선형을 대표팀에 소집했던 유재학 감독 역시 "속공 능력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라고 말할 정도였다.
순간적 스피드와 날카로운 드라이브 인, 그리고 거기에 따른 플로터로 대변되는 마무리 능력까지 김선형의 돌파 능력은 최고였다.
변준형은 결이 약간 다르다. 김선형이 스피드를 위주로 한 속공같은 돌파를 즐긴다면, 변준형은 파워와 높이, 그리고 헤지테이션 드리블을 이용한 돌파 테크닉이 뛰어나다. 흐물흐물 상대 수비를 빠져나가는 유연함과 파워와 높이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때문에 잠재력은 더욱 높은 게 사실이다.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또 한 차례 신경전을 펼쳤다. KGC 오세근은 "변준형이 김선형을 혼내 줄 것이라고 하더라"고 도발하자, 김선형은 침착하게 "혼내주러 왔다가 혼나고 갈 것"이라고 후배의 '도발'에 노련미로 대응했다.
김선형은 4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평균 29분54초를 뛰면서 17.7득점, 4.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승부처에서 공격의 혈을 뚫는 움직임은 노련했다.
변준형도 만만치 않았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평균 25분13초를 뛰면서 10득점, 4.8어시스트, 3.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6강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KT와의 4강전에서 허 훈을 마크하면서도 4차전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기록하는 등 데이터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무엇보다, 상대 에이스를 마크하면서도 자신의 공격까지 하는 공수 겸장의 모습이 인상적.
챔프전은 두 선수가 가장 큰 변수다. SK는 김선형을 중심으로 한 속공과 림 어택이 공격의 근간이다. 즉, 김선형의 플레이가 원활해지면, 자밀 워니, 안영준, 최준용 등 나머지 선수들에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이 시너지를 변준형이 막아야 한다. SK 입장에서도 변준형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 선수다. KGC의 약점은 박지훈 등 식스맨급 가드들이다.
SK는 오재현 최원혁 등 수비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변준형이 막히면, 먼로와 오세근이 게임 리딩까지 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 게다가 팀 스피드가 느려지기 때문에 SK 입장에서 변준형을 고립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 선수의 골밑 돌파 능력은 리그 최상급이다. 누가 최고일까. 판은 제대로 깔렸다. 현 시점, 두 선수 돌파 능력이 철저하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시즌 마지막 챔프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