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강원FC를 이끄는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기적 같은 역전극을 연출했을 때를 상기하면 "내 감독생활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며 최고 환희의 순간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랬던 최 감독은 28일 같은 말을 했다. "감독생활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한데 의미가 극과 극이다. 그때는 '환희'였다면, 지금은 '슬픔'이다. 최 감독이 덧붙인 말은 더 암울하다. "돌려막을 선수도 없다." 탄식, 절규에 가까웠다.
강원FC가 또 대형 악재를 만났다. 27일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3라운드 화성FC와의 경기(2대0 승)가 악몽이 됐다. 정규리그 재개를 앞두고 그나마 남아 있던 핵심 전력을 또 잃게 됐다. 시즌 초반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외국인 공격수 디노가 지난 3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당장 대체할 외국인 선수가 없어 여름 이적시장까지 이정협 김대원 등 토종 멤버로 버텨보려고 했다. 때마침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휴식기가 있어서 재정비할 시간도 벌었다. 디노를 잃은 아픔을 가까스로 털어내고 시즌 재개 준비를 착실하게 해왔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게 웬걸. 화성과의 FA컵 경기에서 전반 36분 이정협이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쓰러졌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화성 김경민의 발을 밟아 왼발목이 꺾였다. 고통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나갔다. 누구 잘못이라고 탓할 수도 없는, 지독하게도 운이 없는 부상 장면이었다.
28일 정밀진단을 실시한 결과, 인대가 심하게 손상돼 복귀까지 6∼8주 진단을 받았다. FA컵에서 첫 단추를 잘 뀄지만 잃은 게 더 큰, 웃을 수 없는 승리가 됐다.
차세대 국대 골키퍼로 주목받았던 이광연도 휴식기 이전 포항전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수술을 받아 6개월 뒤 복귀가 가능한 상태다. 핵심 자원의 연이은 부상 악재에 강원이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최 감독은 "시즌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변수가 있기 마련이지만 올해 유독 큰 부상자가 나온다. 불안한 기운이 느껴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격정을 토로했다. 특히 베테랑 이정협은 올 시즌 지금까지 제대로 포문을 열지 못했지만 디노의 공백을 메워 줄 희망으로 기대했던 터라 강원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리그 재개가 코 앞으로 다가오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최 감독은 낙담하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버텨나가겠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내부 진단을 다시 해보겠다"는 최 감독은 "어찌보면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포들이 빠진 만큼 자극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시즌을 소환했다. "우리는 위기를 잘 헤쳐나온 경험이 있다. 이번에 다시 해보자고 선수들과 의기투합하겠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날아오르고 싶은 '독수리'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