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최고가 최고를 만나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27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 레알마드리드간 2021~202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에는 '핵꿀잼매치'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가 담겨있었다. 다양한 패턴의 7골, 세계적인 명장들의 지략대결, 넥스트 발롱도르 후보의 파넨카, 신성들의 활약, 논란없이 깔끔한 경기 운영 등이다.
경기시작 93초만에 맨시티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가 다이빙 헤더로 선제골을 가르며 명승부의 서막을 열었다. 전반 11분에는 맨시티 공격수 가브리엘 제주스가 문전 앞에서 측면 크로스를 건네받아 침착하게 골을 연결했다.
가만히 있을 레알이 아니었다. 33분, 올해 발롱도르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레알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감각적인 왼발 발리로 만회골을 넣었다.
후반 초반 양팀의 차세대 에이스가 빛났다. 후반 8분 잉글랜드가 배출한 천재 미드필더 필 포든(맨시티)이 헤더로 추가골을 넣자 10분 '브라질의 차세대 에이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가 곧바로 화답했다. 역습 상황에서 50m 이상을 단독 질주해 골망을 갈랐다.
후반 29분 맨시티 플레이메이커 베르나르두 실바가 골문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왼발슛으로 2골차 승리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37분 아이메릭 라포르트의 핸드볼 반칙으로 레알이 페널티 기회를 잡았다. 키커는 당연히 벤제마였다.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 '전 레알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현 파리생제르맹)의 전매특허인 '파넨카'를 선보였다. 몸을 날린 골키퍼의 허를 찔러 골문 정면으로 살짝 띄워차는 킥이다. 올시즌 UCL에서 기록한 14호골이자 시즌 41호골(41경기). 전 레알 동료인 메수트 외질(페네르바체)은 곧바로 "내 친구 벤지에게 발롱도르를 줍시다"라고 말했다.
UCL 우승 경험을 지닌 두 명장(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의 수싸움도 대단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강한 전방압박으로 상대를 위에서부터 눌렀다. 레알의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가 철저히 고립됐다. 안첼로티 감독은 맨시티의 '약한고리'인 오른쪽 측면을 집중공략해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중후반 에두아르도 카마빙가와 다니 세바요스를 투입해 추격의 동력을 확보했다.
최종스코어는 4대3. 맨시티는 이날 승리로 2차전에서 비겨도 결승에 진출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올시즌 원정다득점 제도가 폐지된 것도 맨시티를 웃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레알은 2골차 이상으로 패할 수 있는 경기를 기어코 1골차로 좁히며 뒤집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스페인 정치인 가브리엘 후피안은 추격 본능을 발휘한 레알을 "에일리언, 존 맥클레인, 고질라, 볼트모트" 등 영화 속 불멸의 아이콘에 비유했다.
또 눈여겨볼 점은 양팀이 각각 1장씩의 경고만을 받을 정도로 매너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다. 각각 교체투입된 페르난지뉴와 나초만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탈리아 언론인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이건 축구경기가 아니다. 이건 영화"라며 감탄했다. 두 팀은 5월 5일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2차전을 펼친다. 승자는 리버풀-비야레알 승자와 결승에서 격돌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