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PO] 0.8초 남기고 터진 변준형 위닝 레이업, KGC 리버스스윕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
[안양=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스코어는 79-79. 남은 시간은 20.1초. 승리의 여신은 눈을 감았다. 누구든 골을 넣는 쪽을 본다.
마지막 작전타임. 공격권은 안양 KGC에 있었다. 수원 KT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세를 낮췄다. 바지 가랑이라도 붙잡고 넘어트릴 기세. 하지만 찰나의 빈틈이 생겼다. KGC 변준형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총알처럼 그 틈을 뚫고 뛰어올랐다. 손을 살짝 떠난 공이 림을 통과한 순간. 전광판 시계는 0.8초를 가리켰다. KT는 더 이상 뭘 해볼 수 없었다.
KGC가 리버스 스윕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2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KGC는 27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0.8초를 남기고 터진 변준형의 위닝샷으로 KT의 추격을 81대79로 물리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지난 21일 적지에서 열린 1차전에서 3점차 패배(86대89) 이후 내리 세 판을 따냈다. 반면 KT는 1차전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지 못하며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3패)에 이어 또 단기전에서 KGC에게 무릎을 꿇었다.
'전략의 승리'였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T의 우세가 예상됐다. 체력면에서 6강 PO부터 올라온 KGC가 불리했다. 특히 KT는 높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높이'는 농구 전술의 핵심 요소다. '높이를 지배하는 팀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명언도 있다.
실제로 KGC 김승기 감독은 이를 극복해보려고 1차전 스타팅으로 '노(No) 가드, 빅맨 5'의 변칙 전술을 가동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당시 "이게 안 통하면 우리가 이길 수 없다. 오늘 지면 그대로 끝이다"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시리즈 전체를 돌아보면 이 말 또한 김 감독의 또 다른 '작전'이었다. 비록 1차전에서 3점차로 졌지만, KGC와 김 감독은 오히려 승리의 해법을 발견했다. KT는 높았지만, 치밀하지 못했다. 세련됐지만, 터프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KGC는 촘촘하고, 터프한 수비로 KT 선수들을 흔들었다. 2, 3차전에서 턴오버를 계속 유도하면서 상대의 기를 꺾었다. 점점 김 감독의 구상대로 시리즈가 흘렀다. 김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쉽지 않은 시리즈인데, 상대가 지금 딱 걸렸다. 우리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자신감은 경기 내용으로 이어졌다. KGC는 1쿼터에 박지훈과 문성곤 등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KT와 맞섰다. KT 서동철 감독은 "2, 3차전 패배를 돌아보면 1쿼터 시작이 좋지 못했다"며 경기 시작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KT가 라렌을 앞세워 1쿼터를 23-20으로 앞섰다. 하지만 공수의 핵심인 정성우가 1쿼터 24초를 남기고 3파울을 기록하면서 찜찜한 흐름을 이어갔다.
정성우가 2쿼터에 뛰지 못하면서 수비력이 흔들렸다. 이날 허 훈은 정교하지 못했다. 결국 KGC가 2쿼터 초반 금세 동점을 만든 데 이어 5분여를 남기고 전성현의 3점포로 32-29 첫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은 42-39로 KGC의 리드.
3쿼터에 정성우가 돌아오며 KT가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다. 정성우는 공수에서 투지를 발휘했다. 하지만 KGC는 오히려 3쿼터에 리바운드에서 KT를 이기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4쿼터 초반 격차가 벌어졌다. 먼로의 2점, 변준형의 3점포가 연달아 터지며 63-53, 10점차 리드를 잡았다.
그래도 KT는 끝까지 투혼을 보여줬다. 3분30초를 남기고 경기가 요동쳤다. 주인공은 정성우였다. 정성우가 연속 3점슛을 성공하며 73-78로 추격했다. 이어 라렌의 2점, 허 훈의 자유투로 77-79가 됐다. 바람이 KT쪽으로 부는 듯 했다. 20.1초를 남기고 라렌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며 드디어 79-79.
안양체육관이 조용해졌다. 마지막 작전타임 후 KGC의 공격. 변준형이 KT의 수비를 뚫고 과감하게 골밑을 돌파했다. 살짝 올려놓은 공이 림을 통과했다. 팀을 2년 연속 챔프전으로 끌어올린 슛이었다.
안양=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