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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에 주루사까지. 친정팬 앞에서 체면 구긴 60억 FA. 과욕이 불러온 참사[대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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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팀을 옮긴 선수가 친정팀과 만나게 되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게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동기가 돼 더 잘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그 욕심으로 오히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도 있다. 박해민은 후자에 가까웠다.

박해민이 LG 트윈스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LG가 26일부터 대구에서 삼성과 3연전을 벌이게 됐고, 박해민이 이적후 정규시즌에서 처음 대구에 오게 됐다.

LG에서 홍창기에 이어 주로 2번을 맡았던 박해민은 지난 주말 3연전부터 1번 타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구에도 1번 타자로 1회초 첫 타자로 나섰다. 삼성팬들에게 익숙했던 1번 박해민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경기 직전 타석에 나온 박해민은 당연히 1,3루측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했다. 친정팀을 찾은 박해민에게 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박해민은 포수인 강민호와 밝게 웃으며 주먹 인사를 했고, 선발 투수로 나온 데이비드 뷰캐넌에겐 왼손으로 거수 경례로 인사.

반가운 만남은 거기까지. 경기가 시작된 뒤 박해민은 LG 선수로 최선을 다했다. 1회초 빠른 발과 재치로 삼성 수비를 홀려 선취점을 뽑는데 큰 역할을 했다.

뷰캐넌과의 첫 대결에서 좌측 선상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쳤다. 빠르게 2루까지 파고들어 세이프. 2번 문성주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간 박해민은 3번 홍창기의 1루수앞 땅볼 때 홈으로 뛰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삼성 1루수 오재일이 이를 보고 홈으로 던지려다가 멈췄다. 그사이 실책으로 1루에 있던 문성주가 안전하게 2루까지 달렸고, 오재일은 1루만 찍어 홍창기만 아웃시켰다. 박해민의 리얼한 제스처가 없었다면 오재일은 지체없이 2루먼저 던져 병살 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박해민의 재치있는 플레이로 병살을 막았다.

후속 4번 김현수가 1루수앞 땅볼을 쳤을 땐 박해민은 진짜 홈으로 뛰었다. 오재일이 공을 잡자 마자 1루로 던졌지만 박해민의 손이 더 빨리 홈플레이트를 터치했다. 1-0. 선취점을 박해민이 기록했다. 이후 LG는 문보경의 희생 플라이로 2-0으로 앞섰고, 3회초엔 김현수의 1타점 2루타에 폭투로 2점을 추가해 4-0으로 앞서나갔다.

이후 두번의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치지 못했던 박해민은 수비에서 이를 만회하고자 했다. 하지만 큰 욕심이 오히려 화가 됐다.

박해민은 6회말 수비에서 실수를 했다. 무사 1,2루에서 호세 피렐라의 중전 안타 때 달려나오면서 공을 잡으려다가 제대로 포구를 하지 못한 것. 짧은 안타라 2루주자가 홈으로 오긴 어려웠는데 주자를 신경쓰느라 공이 생각보다 많이 튄 것을 뒤늦게 알아채는 바람에 타구가 팔을 맞고 앞으로 튀었다. 주자가 1루씩 진루해 1득점에 무사 2,3루의 위기까지 만들어졌다. 이어 오재일의 희생 플라이로 삼성이 1점 추가해 2-4. 이어진 2사 만루서 8번 최영진의 짧은 안타성 타구에 박해민이 다시 한번 달렸다. 전력질주를 했고 마지막엔 다이빙캐치까지 했으나 타구는 박해민의 글러브 앞에 떨어졌다. 그사이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아 4-4 동점이 됐다. 이후 김지찬의 안타로 4-5 역전.

7회초엔 공격적인 주루를 하다가 공격의 흐름을 끊고 말았다. 무사 1루서 2루수앞 땅볼을 친 박해민은 다행히 빠른 발로 병살은 면했다. 1루 주자로 뛸 준비를 했던 박해민은 2번 문성주 타석 때 4구째 공이 원바운드 된 뒤 옆으로 살짝 튀자 곧바로 2루로 달렸다. 하지만 공이 바로 옆에 떨어졌고 삼성 포수 강민호가 2루로 던져 아웃.

4-7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서 마지막 타석에 섰다. 상대는 지난해까지 함께 승리를 일궜던 마무리 오승환. 처음 만나는 돌직구에 헛스윙 삼진.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박해민의 이적후 첫 대구 나들이는 아쉬움만 가득 남았다. 베테랑으로서의 여유와 넓은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