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아시안게임의 해, 남녀 탁구대표팀이 확 젊어졌다.
대한탁구협회(회장 유승민)는 18~24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2022 청두세계탁구선수권 및 항저우아시안게임 파견 대표선발전을 열었다. 올해 초 선발을 완료한 남녀 각 10명의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모여 1, 2차 풀리그전을 벌이고, 1차전 1위를 먼저 선발한 뒤 나머지 선수들만으로 2차 리그를 치러 엔트리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최종 순위는 1, 2차 리그 합산으로 결정됐다.
선발전 결과 남자부는 장우진(27·국군체육부대)이 1차전 1위로 가장 먼저 선발을 확정지었고, 2차 리그전에서 조대성(20), 안재현(23·이상 삼성생명), 황민하(23·미래에셋증권), 조승민(24·국군체육부대)이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여자부는 세계랭킹 10위 '톱랭커' 전지희(30·포스코에너지)가 자동선발된 후 9명의 선수들이 리그전을 치렀다. '17세 막내' 김나영(포스코에너지)가 1차전 1위로 먼저 선발된 후 이시온(26·삼성생명), 윤효빈(24·미래에셋증권), 김하영(24·대한항공)이 차례로 2차전을 통과했다. 남자부는 평균연령 23.4세, 여자부는 평균연령 24.2세다.
남녀 대표팀 모두 세대교체 조짐이 또렷하다. 런던올림픽 이후 남자부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 여자부 서효원, 전지희, 양하은 등을 주축으로 한 대표팀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영식이 선발전을 기권한 가운데 '맏형' 이상수(32·삼성생명)가 마지막 날 조승민과 마지막 티켓을 놓고 격돌했으나 석패했다. 대표팀 막내로 활약해온 1995년생 장우진이 순식간에 '맏형'이 됐다. 휴스턴세계선수권 복식에서 함께 은메달을 합작한 왼손 에이스 임종훈(25·KGC인삼공사)이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대세' 조대성, 안재현, 황민하, 조승민 등 기술과 파워를 갖춘 걸출한 후배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 도전하게 됐다. 여자부의 경우도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단식 8강에 오른 월드클래스 수비수 서효원이 국내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고전하며 탈락한 가운데 양하은(28·포스코에너지)이 '신성' 윤효빈에게 패하면서 아쉽게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막내 김나영이 폭풍성장을 보여주는 가운데 전지희, 이시온 등 기존 대표에 상승세의 윤효빈과 귀화에이스 김하영이 가세한 모양새다.
젊고 빠르고 패기만만한 대표팀을 향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된다. 창의력 넘치고 두려움 없는 MZ세대들로 이뤄진 에이스들은 하나같이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있다. 월드클래스 기술력에 속이 뻥 뚫리는 빠르고 시원한 탁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경험 부족은 앞으로 채워가야할 숙제다.
주세혁 신임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장우진뿐이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4강에 올랐던 안재현도 단체전 경험은 없다. 조대성과 조승민은 세계선수권이 처음이다. 중학생 때 추천으로 세계선수권에 나선 적 있는 황민하 역시 성인무대 대표팀은 처음이다. 특히 장우진을 제외한, 톱랭커 선배들이 물러나면서 시드 배정에서 당장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주세혁 감독은 "왼손 전형이 세 명(조대성, 조승민, 황민하)으로 오른손보다 많은 것도 이번 대표팀의 특징이다. 아시안게임에 복식이 부활됐는데,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조합을 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랭킹상으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지 않지만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만큼 도전적으로 시작하려 한다"는 의지를 표했다.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은 "일단은 신구조화를 잘 이룬 대표팀이 구성됐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지금부터는 이 선수들과 함께 어떻게 전력을 극대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만큼 더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남녀 탁구 국가대표팀은 내달 29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합숙을 시작한다. 짧은 강화훈련 후에는 WTT 피더시리즈와 컨텐더시리즈에 연속 출전해 랭킹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청두세계선수권과 항저우아시안게임 도전을 이어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