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내 볼이 밀리기 전까지 직구로 승부하려 했다."
'청산유수'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건 아니었다. 아직 어린 선수라 인터뷰가 서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묻어나오는 자신감은 엄청났다. 한화 이글스에 괜찮은 유망주 선발 요원이 등장한 느낌이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대2로 대승, 3연승을 질주했다. 선두 SSG를 맞이하는 가운데,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어려운 3연전이 예상됐는데, 반전의 연승이었다.
23일 한화는 임시 선발 남지민이 등판했다. 그가 경기 초반 무너지지 않고 3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준 게 승리의 큰 영향을 미쳤다.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부산정보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1라운드에 한화 지명을 받았다. 1라운드 지명자라는 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 하지만 입단 후 얼마 되지 않아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긴 회복의 시간을 거친 후 지난 시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에 띄어 후반기 3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던 게 전부다.
이번 선발 등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라이언 카펜터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21일 갑작스럽게 1군에 합류하게 됐고, 선발 등판 통보를 받았다. 경험이 부족한 신예라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남지민은 SSG 강타선을 상대로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안타는 2개밖에 맞지 않았다. 더 대단한 건 변화구 비율이 매우 낮았고, 거의 직구 승부를 펼쳤다는 점이다. 최고구속 149km의 빠른 공으로 당당하게 정면 승부를 펼친 것이다.
씩씩했다. 남지민은 "선발 등판 통보를 갑자기 받았지만, 문제는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공을 던졌다. 1군에 올라가서 공을 던질 생각만 하고 있었기에 어려울 게 없었다"고 말했다.
남지민은 직구 승부에 대해 "SSG가 강한 상대인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힘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었다. 내 볼리 밀리기 전까지 직구로 승부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가 잘하는 팀이지만, 운이 좋았던 경기"라고 덧붙였다.
남지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열린 시범경기에서 2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LG 트윈스전 1⅓이닝 5실점, SSG전 2이닝 1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잘 못하고 퓨처스팀으로 내려갔다. 당시에는 내 공을 못던진 느낌이었다. 내 공을 찾으려고 계속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남지민이 말한 '내 공'의 의미는 과감하게,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외국인 선발들의 이탈로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첫 경기 호투한 남지민이 다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남지민은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SSG전 초반처럼 다시 공격적으로 던지겠다. 4회 내가 주자를 쌓아주다보니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 교체가 돼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내가 더 확실히 막았으면,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다시 나오지 않게,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