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에도 '별의 순간'이 있다.
2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삼성라이온즈와의 시즌 2차전.
이날 경기의 결정적 순간은 8회초 삼성 공격 때 찾아왔다. 0-3으로 뒤진 채 맞은 8회초.
NC 에이스 루친스키가 7이닝 3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고 내려간 직후에 맞은 이닝. 삼성으로선 '약속의 8회'를 꿈꿔볼 만한 상황이었다. 실제 판이 깔렸다.
두번째 투수 류진욱을 상대로 2사 후 김상수 구자욱의 연속 안타에 이어 피렐라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대기 타석에는 4번 오재일.
NC 벤치가 움직였다. 류진욱을 내리고 마무리 이용찬을 한 템포 빠르게 마운드에 올렸다.
공교롭게도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3명의 FA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경기의 운명을 결정짓는 포지션에서 대치 상황이 이뤄졌다. 마운드에는 지난해 3+1년 최대 27억원에 NC와 계약한 마무리 이용찬이, 포수 자리에는 2019년 4년 최대 125억원에 NC로 옮긴 양의지가 앉아있었다.
타석에는 지난해 4년 최대 50억원에 삼성으로 옮긴 오재일. 피할 수 없는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이용찬과 양의지 배터리와 오재일은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1B1S에서 3구째 147㎞ 패스트볼을 오재일이 제대로 밀었다. 담장을 넘길 만한 비거리의 타구가 인플레 지역을 살짝 벗어나 파울 지역을 향했다. 삼성 벤치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NC 벤치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던 순간. 바깥쪽에 꽉 찼던 공이 1,2개 정도만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단숨에 극적인 그랜드슬램으로 3-4 역전이 될 뻔 했던 상황이었다.
최후의 승리는 이용찬-양의지 배터리의 몫이었다. 6구째 131㎞ 포크볼로 2루 땅볼을 이끌어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경기 후 양의지는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며 "용찬이가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포크볼로 결정구를 갔다"고 말했다. 파울 홈런에 대해서 그는 "바깥쪽에 제구가 잘 이뤄진 공이었다. 용찬이 기가 재일이 형보다 셌던 것 같다"며 웃었다.
두산 출신 FA 3총사가 연출했던 숨 막혔던 순간. 최후에 웃은 쪽은 이용찬-양의지 배터리였다. 이 대결에서 승리한 NC는 3대0 승리를 지키며 2연승과 함께 우세 시리즈를 일찌감치 확보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