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정석 플레이가 파격적인 변칙 작전을 깨트렸다. 리바운드와 3점포. 자신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수원 KT가 고심 끝에 '변칙 작전'으로 승부수를 건 안양 KGC를 격파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첫 디딤돌을 놨다.
KT는 21일 수원 KT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89대86으로 승리하며 1승을 먼저 챙기면서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79.2%를 확보했다. 역대 4강 PO팀에서 1차전 승리팀의 챔프전 진출확률이다. '정석'과 '변칙'의 격돌이었다. KT는 정규시즌 2위로 4강 PO에 먼저 직행한 채 상대를 기다렸다. KT 서동철 감독은 "KGC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춘 작전을 준비했다. 기다림이 너무 길어 지루하기도 했지만, 선수들도 다 괜찮다"며 챔프전 진출에 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는 KGC 김승기 감독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다 해탈한 사람처럼 보였다. KGC는 6강 PO를 치르고 올라오며 변준형의 부상 이슈가 있었고,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은 무릎 부상으로 사실상 4강 PO에 나오기 어려웠다. 김 감독은 "선수 전력으로는 솔직히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1차전에 파격적인 스타팅을 들고왔다. 변칙으로 1차전에 모든 걸 걸었다. 이걸로 이겨야 승산이 있다. 아니면 3연패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실제로 KGC는 이날 1쿼터 스타팅 5인을 전원 포워드-센터로 구성했다. 함준우(1m95)-양희종(1m94)-문성근(1m96)-오세근(2m)-대릴 먼로(1m97). 5명의 평균 신장이 무려 1m96.4나 된다. KT의 장점인 외곽슛을 막고, 리바운드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작전이었다.
경기 초반, KGC의 변칙이 제법 힘을 발휘했다. KT는 거의 한 달만에 경기를 치르는데다 상대의 변칙에 말려 실수를 자주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KGC의 변칙은 허점을 드러냈다. 결국 전성현과 변준형이 4분여를 남기고 교체투입됐다. 빅맨 5명으로 쿼터를 마치려던 김 감독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사인이다. 1쿼터는 KT의 30-24 우세.
하지만 KGC는 2쿼터 초반 5분간 상대를 무득점으로 막으며 오세근과 전성현, 먼로의 득점을 앞세워 38-30으로 흐름을 한번 크게 가져갔다. 그러나 KGC의 우세는 여기까지였다. KT는 마이크 마이어스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신중한 볼 배급으로 턴오버를 줄여나갔다. 여기에 압도적인 리바운드의 우위가 큰 힘이 됐다. 이날 전반전 리바운드 격차는 26-9, 무려 17개였다. KT 허 훈과 정성우 등 슈터들은 인사이드의 이런 안정감을 믿고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과감히 슛을 던졌다.
KT의 일방적인 리드로 흐르던 경기는 4쿼터 막판 다시 한번 요동쳤다. 12점차로 앞선 채 맞은 4쿼터 5분을 남기고 전성현과 변준형, 먼로가 내외곽에서 투혼을 슛에 담았다. 1분 30초를 남기고 먼로의 슛으로 86-87까지 따라붙은 상황. 그러나 여기를 넘지 못했다. 허 훈의 자유투로 86-89가 됐다. 1분 남은 공격에서 KGC는 상대 수비를 이기지 못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