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타율 1위로 올라섰다.
KBO리그는 통산 타율 순위 매길 때 3000타석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 30년 간 타율 1위는 故 장효조가 지키고 있었다.
198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1992년까지 통산 964경기에 나와 363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3푼1리를 기록했다.
김태균(.320) 양준혁(.316) 등 전설들이 많은 안타를 때려냈지만, 장효조가 남긴 기록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민우(.326) 박건우(.326) 손아섭(.324) 등이 장효조 기록 언저리에 위치했지만, 타율 3할3푼1리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1992년부터 1위로 남은 장효조의 통산 타율은 30년 만에 깨졌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왔다.
데뷔해부터 강렬했다. 첫 해 179안타를 기록하면서 단일 시즌 최다 안타와 함께 신인왕에 올랐다. 첫 해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한 그는 이후에는 모두 3할3푼3리의 타율을 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타율 3할6푼으로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아버지 이종범의 기록도 하나씩 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역대 최연소(23세7개월28일) 및 최소경기(670경기) 900안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종전 최연소 기록은 이승엽(24세9개월13일)이, 최소경기는 이종범(698경기)이 가지고 있었다.
안타 역사에 조금씩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있던 이정후는 30년 동안 변함없던 통산 타율 기록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2997타석을 소화하고 있던 이정후는 5타석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땅볼에 그쳤다. 이후 땅볼과 볼넷을 기록한 이정후는 타율 3할3푼9리로 통산 타율 1위에 등극했다.
통산 타율은 변할 수 있는 만큼, 이정후가 1위로 계속해서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은퇴할 때까지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해야 한다. 여전히 이정후가 야구를 할 시간이 많은 만큼, 기록의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정후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하다.
이정후는 자신의 SNS에 "고맙습니다"라고 남기며 통산 타율 1위 등극 소감을 전했다.인천=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